북·미 충돌과 차기 한국정부의 선택

백학순 김대중평화회의 집행위원장

북한이 지난 1월 중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역사상 한 달 최대 횟수인 일곱 차례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여 업그레이드된 미사일 능력을 과시했고, 미국이 추가제재에 나서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 후 닥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지난 몇 년간 큰 충돌 없이 지내왔는데, 이제 본격 충돌 코스에 접어든 느낌이다.

백학순 김대중평화회의 집행위원장

백학순 김대중평화회의 집행위원장

지난달 북·미 양국 간의 충돌을 간략히 살펴보자.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고 최고속도가 마하 10에 이르렀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북한의 핵·미사일 부문 인사들에 대해 추가제재를 단행했고, 유엔안보리에도 추가제재를 요청했다. 이에 반발한 북한이 당정치국회의를 개최하여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중거리 미사일 ‘화성-12’형(최대사거리 5000㎞)의 실전 배치를 위한 ‘검수사격’(품질 검증을 위해 다량 생산된 제품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하여 사격)을 했다. 동시에 2018년부터 북한이 스스로 자제해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의 재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왜 북한은 이 시점에서 그렇게 했을까? 북한은 올해 김일성 탄생 110주년(4월15일)과 김정일 탄생 80주년(2월16일)을 “성대히 경축”하면서 자연스럽게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계제에 중거리, 장거리(ICBM) 미사일을 ‘실전 배치’ 수준으로 확증하여 대미 핵억제력, 전쟁억제력의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북한이 2020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 ‘화성-17형’(추정 최대사거리 1.3만㎞)을 올 4월15일경에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 이후 대미협상의 교환조건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하노이에서 주장했던 ‘제재완화 대 비핵화’ 교환 방식이 체제안보에 줄 위험성을 사후적으로 인정한 후 그것을 폐기하고, 대신 ‘적대시정책 폐기 대 비핵화’를 내세웠다(2019년 4월).

2019년 6월 말 판문점 북·미정상회동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제재해제의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후, 경제제재보다 훨씬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적대시정책 폐기 대 비핵화’의 교환조건을 본격화했다. 그 후 ‘제도안전 보장과 발전 장애물의 확실한 제거 대 비핵화’로 교환조건을 구체화했고(2019년 9월), 나중에는 아예 ‘비핵화’를 교환조건에서 없애고 ‘적대시정책 폐기 대 협상재개’라는 더욱 강화된 교환조건을 내세웠다(2020년 7월). 제8차 당대회에서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적대시정책의 폐기 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제시했다(2021년 1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북한은 ‘적대시정책 폐기 대 협상재개’의 입장을 재확인했다(2021년 3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우리는 2013년 봄과 2017년 하반기에 있었던 한반도 ‘핵전쟁 위협’을 또다시 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핵전쟁 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한반도 ‘전쟁과 평화’ 문제를 무작정 뒤로 미룰 수만은 없다. 그동안 우리의 경험은 ‘대화와 협상’ 없이 ‘압력과 제재’만으로는 평화증진을 하지 못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더욱 강화됐으며, 상호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우리에게는 2019년 이후의 ‘실패의 경험’도 있지만, 2018년의 ‘성공의 기억’도 있다. 현실 자체만 놓고 보면 어려움이 많지만, 미래의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의 꿈을 현재 속으로 가져와 현재를 ‘재구성’하면, 현재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실현이라는 방향성 속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도 동떨어진 특정 시점의 단순한 미래가 아니라 평화정착의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는 현재와 연계되어 비핵 평화정착이 성취되는 미래가 될 것이다.

3월9일 대선을 통해 들어서는 차기정부는 북·미충돌이 시작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결국 조속히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가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문제해결을 늦추면 한반도 비핵 평화정착은 그만큼 더 물 건너갈 것이다. 새 정부가 한반도 주인으로서 좀 더 주인의식(자주성)을 갖고 국제협력(국제성)을 윈윈 방식으로 결합해 내면서 2018년에 시작된 평화대전환을 지속할 수 있도록 문제해결적 능력을 발휘해 줄 것을 희망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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