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타 치즈 파스타는 어떻게 경계를 허물었나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지난해 전 세계 SNS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레시피의 하나는 구운 페타 치즈 파스타(페타 파스타)다. 이 파스타의 레시피는 양젖으로 만든 페타 치즈와 방울토마토를 오븐에 구운 뒤 으깬 것에 펜네 같은 짧은 파스타를 삶아서 비비는 것이다. 오븐만 있으면 어려움 없이 따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칼질도 필요 없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이 단순한 레시피가 세계적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초 틱톡에 올라오면서부터다. 틱톡은 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쇼트폼)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지난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따돌리고 전 세계 이용자 1위에 올랐다. 사용자 대다수는 10~20대다. 틱톡 통계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이 파스타 관련 전체 동영상은 1억80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이런 인기는 다른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도 영향을 줬다. 24일 기준 이 레시피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1억2700만개의 결과가 나온다. 관련 동영상도 15만8000개다.

이런 인기 덕일까? 틱톡은 오는 3월부터 이 파스타를 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 우선 미국에서 배달 전용인 틱톡키친 300여곳을 열고 배달 서비스를 실시한다. 메뉴는 페타 파스타와 비슷하게 만들기 쉽고 재미있는 음식들이다. 옥수수를 긴 쪽으로 4등분해 바비큐 소스를 발라 굽는 ‘옥수수 갈비’나 원통 모양의 파스타를 튀겨 치즈에 찍어 먹는 ‘파스타 칩’처럼 억대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초간단 레시피의 음식이다.

그렇지만 틱톡은 음식 매출을 염두에 두고 오프라인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SNS나 블로그 등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콘텐츠는 음식이다. 코로나19 탓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음식 관련 포스팅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음식은 원래부터 속성상 크로스오버다. 음식은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존재해 왔다. 심지어 제의 음식은 신과 인간을 잇기도 한다. 이런 속성은 현대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힘이 됐다.

음식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온라인 음식·식품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떠올랐다. 전염병이 이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SNS는 식품산업 재편의 아찔한 속도를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동일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SNS에서 만나 즐거운 담론과 느슨한 연대를 가질 수 있는 덕분이다. SNS로 네트워킹된 대중은 기존 대중처럼 수동적이지 않다. 이들은 이 재편 과정에 적극 개입한다. 카구리나 대용량 비빔면처럼 재미있는 모디슈머 제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까닭이다. 이런 일에 뛰어드는 이유는 고상한 것이 아니다. SNS에 공유할 만한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틱톡이 페타 파스타 등을 오프라인에 출시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알라딘의 마술 램프처럼 시공을 초월하는 존재가 눈앞에 등장한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다중적인 경계를 넘는 음식이 갖는 사회학적·경제학적 의미는 상상 이상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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