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소셜미디어 이용…또 전쟁보도 난맥상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정치와는 다른 수단으로 수행하는 정치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학이나 전쟁학에서의 개념 정의와는 별개로 전쟁을 정치로 보기에는 너무 가혹한 것이 인류사의 경험이다.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결과에 따라 패자는 승자에 복종해야 하는 전쟁은 어찌 보면 가장 잔인한 정치 행위이다. 지난 2월2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국 이익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다시 보여주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2022년 벽두에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나라 언론의 몇몇 문제점을 다시 보여주었다. 그동안 국제분쟁 과정에서 무수히 나타난 한국 언론의 현지 취재원 부족, 여론 인식, 전쟁 위험성 인식, 국제정세 오판 등 난맥상이 또 드러났다. 충격적인 것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시민에 대한 공감보다 정치권의 전쟁 책임론, 선거 책임론까지 고스란히 언론이 중계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크게 주목받는 플랫폼은 유튜브, 틱톡,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이다. 위성인터넷으로 지상 네트워크가 붕괴되어도 소셜미디어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셜미디어의 언론 이용법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KBS, MBC는 유튜브를 통해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사실을 전달하여 시민들에게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전쟁이 게임과 영화, 오락처럼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심지어 댓글창에는 전쟁게임을 하는 듯한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 사용, 국가 비하, 인종 차별적인 댓글이 게시되는데도 전혀 관리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언론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소셜미디어의 인용 뉴스도 문제점이 크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국내 언론사들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러시아 탱크의 진격, 전투 장면, 건물 폭격, 피해상황 등을 중계하고 있다. 공식 취재나 검증 없이 소셜미디어 동영상이 책임 있는 언론사의 뉴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들은 동영상 정보로 시민들에게 생생하게 뉴스를 제공하려 했겠지만, 근본적으로 전쟁의 맥락이나 해설 없이 자극적인 전쟁 모습만 전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기에 더해 일부 소셜미디어 정보는 러시아 정부가 개입된 가짜뉴스로까지 의심받고 있다. 연합뉴스는 2월24일자 ‘핵무기’ 관련 속보 기사가 연합뉴스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쟁이란 혼란상을 악용한 가짜뉴스 확산조차 걸러내기 힘들게 되었다.

이와 달리 시민들의 소셜미디어 이용법은 달랐다. 전쟁 원인과 과정에 대해 지적하고,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시민이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데 초점을 두었다. 시민들이 올린 무장하지 않은 시민이 탱크를 막아서는 모습, 평화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인터뷰, 피란행렬과 방공호의 참상,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가족들과 이별하는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에 소개되면서 전쟁이 개인, 사회와 국가에 얼마나 큰 비극인지 알려주었다. 여기에 전 세계 시민들도 가세했다. 소셜미디어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국내외에 알리고 있고 부당한 침략에 항의하고 있다. 전쟁 중단과 평화를 기원하는 세계인들의 직접행동으로 소셜미디어 해시태그(#) 릴레이도 진행 중이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간인이다.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비단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을 파병한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쟁이란 인류사의 비극에서 언론이 전쟁정보 제공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전쟁이란 비극에서 언론이 손쉽지만 검증되지 않은 소셜미디어 인용에 빠지기보다 심도 있고 체계적 정보 전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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