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폭력, 개념 되짚고 ‘방지법’ 마련해야

김인혁 선수와 BJ 잼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이버렉카 유튜브 채널 규제가 어려운 현실이 드러나 온라인 폭력 방지법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제까지 온라인 규제에 대한 인식은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규제는 정당하지만 성인의 표현의 자유는 포괄적으로 보호한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021년 호주가 ‘온라인 안전법’을 제정하면서 세계 최초로 성인에 대한 온라인 학대와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포함하였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현재의 온라인 폭력·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는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틀 속에서만 사고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물론, 여전히 법제도적 대응은 디지털 세계의 복합성을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호주의 온라인 안전법 역시 성인에 대한 온라인 학대로 판정하기 위해서는 메시지 게시자가 심각한 위해를 끼칠 의도가 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상의 폭력이 기존의 폭력 범죄의 틀에서 개념화되고, 또 명예훼손 법제의 틀에서 사고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폭력 범죄에서 고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우발적인지를 판단하고 이에 따라 형량을 조정하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혹은 SNS에 댓글을 달던 사람들은 심각한 위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 것이다. 사실은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언제든지 검색되고, 다른 말로 변형되어 남아 있고, 순식간에 확산되고 영향력이 지속적일 수 있는 폭력적 메시지들의 ‘폭력성’은 댓글을 쓰는 순간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폭력은 집단적이고 구성적인 산물이다. 한 사람이 반복하여 게시하여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이 일회적으로 참여하여 폭력이 심각해지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이 별 생각 없이 타인의 SNS에 폭력적 메시지를 게시하고 다시는 그 공간을 방문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메시지를 보는 특정인에게 그 말은 지속적인 것, 계속 다른 사람에 의해 끌어올려지는 누적적인 폭력으로 인식된다. 더구나 최근의 비극은 특정인들을 공격하는 것이 괜찮은 일이고, 더 나아가 정당한 일이라며 부추기는 경우였다. 여성혐오 문화에 기반을 두고 일어난 특정인에 대한 온라인 학대 혹은 공격인 것이다. 사이버 몹(CYBER MOB) 공격이라고도 개념화되는 이 현상은 여성혐오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대상만 바꾸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실질적 위협이다.

이 위협은 최근 정치인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언론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면서 더욱 실질적인 것이 되고 있다.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이 공적 과정들, 정치와 언론을 통해 정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폭력 방지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해당 법이 온라인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을 끌어낼 계기가 될 수 있어서이다. 이 법이 필수적인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온라인 폭력에 대한 대응은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폭력을 여전히 오프라인의 폭력과 유사한 틀로 인식하는 한계를 벗어나 온라인 공격의 집단성과 신속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현재 이 공격에 더욱 취약해진 집단이 여성과 소수자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온라인 폭력을 문제 삼는 이유는 공격받는 집단 개개인의 고통은 물론, 이들의 공론장 참여를 차단하는 효과를 낳아 민주주의에 해악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와 언론이 앞장서서 이러한 해악을 조장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온라인 폭력의 재개념화와 그 해악을 막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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