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대표, 사회적기업 대표로 변신할까?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1970년대 ‘영애’로 불렸던 박근혜씨의 본명이 ‘박영애’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영부인’이라는 권위주의적인 호칭 대신 ‘여사’라는 말을 쓰지만, 이 글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의 배우자를 ‘김건희 대표’라 호명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얼마 전 김건희 대표가 일하는 대통령 부인의 상을 제시하며 자신이 운영하던 전시 홍보 회사 ‘코바나컨텐츠’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여 이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업체가 사회적기업으로 갈지, 휴업으로 갈지 결정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가 여전히 ‘질 바이든 교수’의 삶을 사는 것처럼 김건희 여사 이전에 ‘김건희 대표’로 호명되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다만 살펴볼 것은 김건희 대표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상을 어디까지 잡고 있느냐일 것이다. 사업의 수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언을 보았을 때 김건희 대표가 인식하는 사회적기업의 위상은 과거의 ‘자선사업’이라 부르던 때의 인식에서 머물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김건희 대표의 입에서 사회적기업이란 말이 정확히 흘러나왔다는 점은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은 기업인데 사회적이기까지 하라는 것일진대, 큰 범위에서 ‘사회적경제’라는 큰 틀에 속한다. 기업은 주주나 소유자를 위한 이윤 추구이고 이윤 일부를 기부하는 것은 자선의 차원이라면 사회적기업은 비즈니스 자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하는 것이다. 일례로 취약계층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지역사회에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사회 공헌을 목표로 설립할 수도 있다. 김건희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가 문화예술과 관련한 투자기획과 전시 대행 서비스를 하는 회사라 내걸고 있으니 전시 기회를 갖기 어려운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전시하고, 전시회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문화적 취약계층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궁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예 독립작가들의 협동조합을 촉진하고 지원한다면 기존의 코바나컨텐츠가 내건 ‘문화예술 투자기획’에도 맞물릴 수도 있겠다. 물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심사를 받고, ‘예비사회적기업’ 단계를 거쳐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사회적기업 설립, 쉽지 않다.

기업이 ‘사회적’이려면 당연히 사회를 꼼꼼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생계가 막막할 당시 자활사업의 형태로 출발한 역사를 갖고 있다. ‘취로사업’과 경계가 모호하기도 했고, 재원을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자치와 협동의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게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등이 곳곳에서 만들어지며 성공모델도 많다. 자본주의 경제모델에서 누락되고 말았던 빈곤과 소외, 마을과 지역 침체, 생태위기와 같은 문제를 사회운동 차원을 넘어서 사업으로 확장시키려는 고군분투의 역사 속에 김건희 대표가 해 보려는 사회적기업이 매김하고 있다.

2014년 사회적경제를 촉진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발의되었고, 당시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이 대표발의자였다.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대의에 여야가 참여해 무난히 제정될 것이라 여겼지만 여전히 이 법은 공중에 떠돌고 있다. ‘사회적’이란 말을 ‘사회주의’와 등치시키며 보수진영의 반대에 갇혀 버린 탓이다. 근래 사회적경제 영역에 속해 있는 사업가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지원과 협력관계가 파괴될까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대통령의 배우자마저 자신의 기업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시켜 보려는 상상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경제는 시대적 흐름이다. 흐르는 물길은 터주어야만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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