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도 뿔났다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또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라는 단어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 중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부터 논란을 불렀다. 의료인이라는 경력 말고는 복지와 관련한 이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윤석열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별칭이 먼저 떠올랐으니 전문성이 의심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 시점까지만 해도 “장관으로서는 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대세였다면, 자녀 관련 뉴스가 뜬 후론 “정말 낙마할지도”라는 반응이 더 많다. 지난 일요일 후보자 측에서 해명 기자회견까지 진행한 것을 보면 거센 반응이 있던 게 맞는 것 같다.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과거 장관 후보자 뉴스에 단골로 등장했던 단어를 떠올려 본다. 다운계약서, 논문 표절, 위장 전입. 제도를 빠져나가기 위해 ‘꼼수’를 쓰는 행위들이다. 결국 모두 개인적 이익을 얻거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자녀 입시 문제’는 후보자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리 큰 이슈가 아니었던 걸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의대 입학 문제가 크게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신기한 것은 두 건 모두 의과대학 입시와 관련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자녀의 나이도 비슷하다. 의사라는 전문직이 기득권의 상징이 되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거기에 더불어 1990년대생이 현재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정면으로 맞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청년세대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기 위해선 부모가 가진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쉽고, 이미 특정 계층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는 것, 이런 식으로 불평등은 공고해지고 있었다는 것은 자녀 입시 뉴스를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다.

여기에서 의아함이 생긴다. 이미 피라미드가 있다는 것에 분노해야 하지 않나? 왜 언론은 늘 자녀 입시 문제, 채용 비리 문제에 “분노한 청년”, “청년의 박탈감”만을 크게 드러낼까. 마치 기회의 불평등은 청년만 겪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녀에게 논문 공동 저작을 부탁할 교수 인맥이 없는 부모의 분노, 편입 시험 준비를 재정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 기성세대의 박탈감, 하물며 의대 편입 및 의전원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이번 뉴스로 처음 안, 고학력 전문직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허망함은 왜 뉴스로 다루지 않는가.

혹자는 이제 고위공직자 인사의 역린으로는 자녀 문제만 남은 것 같다며 씁쓸해하기도 한다. 가족만은 건드리지 말자는, 인정에 호소하는 의견일 테다. 하지만 자녀의 입시 비리, 채용 비리 의혹은 가족을 빌미로 협박하는 수준의 비겁한 문제가 아니다.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기득권을 세습하려는 불평등의 문제이며, 사회 양극화를 공고히 하려는 일부 나쁜 기득권의 습관이다.

복지부 장관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코로나19로 드러난 복지 공백, 채우지 못한 낮은 자리를 제도의 돌봄으로 채워야 한다. 심화하는 양극화 속 저출생·고령화라는 시대적 위기도 고민해야 한다. 좋은 직업, 좋은 대학, 고소득, 고자산을 갖지 않아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복지국가를 행정으로 보여야 한다. 자녀에게 기득권을 세습했다는 의혹을 받는 분께서 안을 과제로는 좀 벅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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