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 정치권 아닌 전문기구 설립해 추진해야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개발공약은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나 정당에서 가장 많이 제시하는 공약 중 하나이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때는 물론이고 며칠 전 치러졌던 지방선거에서도 소위 묻지마식 개발공약이 난무했다. 즉 각종 산업단지와 특구 조성, 신공항·항만·철도·도로 건설, 케이블카 설치 등의 공약들이 지방선거를 뒤덮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17개 시·도지사 후보의 5대 공약을 조사한 결과 전체 55명 중 39명(71%)이 개발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16명, 더불어민주당 15명, 정의당 2명 순으로 높았다. 분야별로는 산업단지 조성 34명, 철도 건설 22명, 공항·항만 개발 13명, 도로·교량 건설 12명 순으로 많았다. 이 공약들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향후 수년 동안 우리나라는 거대한 공사판이 될 것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개발공약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에 꼭 필요하고 정책 우선순위가 높으며,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면 면밀하게 검증한 뒤 권한의 범위 내에서 공약하고 당선될 경우 추진하면 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등장한 공약들은 세밀한 사전 검증 없이 표심을 겨냥해 무턱대고 제시하다 보니 권한 밖이거나, 재원 마련 방안과 기대효과도 부재해 실효성과 경제적 타당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토건 사업들이 대다수다. 설상가상으로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까지 해제한다는 공약도 나왔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길 수 있고, 표만 된다면 했던 말도 바꾸고, 지역 갈라치기는 물론 법령까지 개정하면서 개발공약을 제시한다. 후세대들의 재정부담, 환경파괴, 농지소실, 사회적 갈등 유발 문제는 신경 쓰지도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문재인 정부의 가덕도신공항을 포함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니 토건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정치권은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가장 먼저 물리적인 토건 개발사업을 떠올린다. 물론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단기적인 효과는 일부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주민의 복리 증진이라는 미명하에 지금까지 추진되어온 각종 토건 개발사업과 그 지역의 상황을 돌아보면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다. 오히려 수도권과 지역 간의 불균형은 여전하거나 심화되었고, 타당성 없는 사업 추진으로 지역 재정은 악화되었으며,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여 자산양극화만 심화되었다. 그리고 보전되어야 할 농지와 자연환경은 파괴되어 기후와 식량안보 위기까지 불러왔다. 이 때문에 대규모 공공 건설사업의 경우 비전문적인 정치권의 결정이 아닌, 전문적이고 독립성을 갖춘 상설 전문기구를 설립하여 철저한 검증을 통해 추진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일정 규모 이상의 농지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하여 부작용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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