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사진가
수레국화. 2022. 김지연

수레국화. 2022. 김지연

전주에서 진안 계남정미소로 가는 찻길이 예전에는 곰티재뿐이었는데 이제는 여러 길이 생겼다. 관촌 사선대를 거쳐 풍혈냉천 쪽으로 가는 길은 평지인데, 외궁리 쪽은 낮은 산길을 지나간다. 산길 못미처에 마을이 있고 오래된 폐교가 있다. 마을 앞길은 요즘 들어 40㎞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못 보던 다슬기탕 집이 생겼다. 길가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늘 예쁜 꽃이 피어 있다. 마침 꽃밭을 가꾸는 할머니가 보여서 차를 세웠다. 할머니는 알록달록한 꽃무늬 바지를 입고 진보라색 상의와 챙에 수건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도 보라색 함박꽃 같은 큰 꽃무늬가 있는 것이었다. 담 옆 꽃밭에는 엉겅퀴와 수레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고 있었다. 인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 찻길가에 붙어 있는 꽃밭 아래에서 할머니는 풀을 뽑고 있었다. 발아래에는 채송화 어린잎이 올라오고 있었다. 틈틈이 백일홍도 나 있었다. 모종을 좀 얻어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밴 곳에서 솎아가라고 했다. 그런데 싹이 너무 어려서 몇 포기를 뽑다가 포기했다.

“늘 이곳을 지나가다 보면 꽃이 예뻐요”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먹는 것은 먹고 나면 끝이지만 꽃을 심어놓으면 사람들이 다 좋아하잖아.” 먹는 것이 왜 중요하지 않을까만은 꽃을 심는 것은 더 즐거운 일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사이 식당이 생겼네요? 맛있나요?” “모르지, 그 집주인이 시작한 거여.” 할머니는 나에게 어디서 사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또 어디로 가는지도 물었다. “할머니가 꽃 같아요” 하고 말하자 할머니는 소녀처럼 맑은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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