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사막학교

한번은 테레네 사막(사하라 복판)엘 갔었어. 낙타몰이꾼이 말하길, 전에는 소금을 싣고 사막을 건넜다던가. 낙타 대상 무리가 사막을 행진하는 장관을 온갖 제스처를 동원해 설명. 사막의 뜨거운 햇빛을 쬐노라면 포크록 밴드 ‘시인과 촌장’의 노래 ‘나무’에 등장할 법한 가시투성이 나무가 반갑고 소중해. 종려나무가 늘어선 오아시스엔 마을이 들어서고, 마을 초입에 우물을 파고 학교와 병원을 지었지. 나는 나무 그늘에 주저앉아 아기염소를 한 마리 붙들고서 이런 노랠 흥얼거렸어. “푸른 잎사귀로 잊혀진 엄마처럼 따뜻하게 곱게 안아주는 나무… 떠나간 아이들이 하나둘 돌아오면 그 줄기 가득 기쁨 솟아올라 밤새워 휘파람 부는 나무.” 전에는 큰 나무 한 그루가 곧 학교였다고 했다. “리얼 스쿨?” 후원자들의 돈이 모여 건물을 짓기 전엔 큰 나무 그늘에서 글을 배우고 숫자를 배우고, 또 사막을 건너는 방법도 배웠단다.

아프리카에서 오랜 날 의료 선교사로 지낸 슈바이처 박사. 노벨상 시상식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탔는데, 그를 찾으러 기자들이 1등 칸에 가봐도 없고 2등 칸에도 없었대. 결국 가장 값싼 3등 칸에서 발견. “이 기차는 아쉽게도 4등 칸이 없더군. 아프리카에 돌아갈 때 가져갈 의약품을 생각하면 3등 칸도 감지덕지야.” 사막의 아프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큰 병원은 너무 멀어. 우리네 삶은 얼마나 호강과 호사인가.

전라도판 ‘에린 왕자’, 오아시스에 세운 사막학교의 교과서 삼으면 좋겠더라. “여수(여우)가 말혔다. ‘내 비밀은 이거여, 겁나게 간단한 거다잉. 맴으로 볼 적에만 지대로 볼 수 있는 벱이여잉. 중요헌 건 눈에 안 뵈아.’ ‘맞아 중요한 건 눈에 안 뵈아.’ 에린 왕자가 까먹덜 않을라고 따라혔어.” 텔레그램 문자로 말하지 말고 맘으로 말해야 해. 온 맘을 다해 사랑하고, 온 힘을 다해 살아갈 힘을 사막학교에서 배우자꾸나. 새로 배우기 늦었다면 흉내라도 내야지. 선하고 진실한 마음을 꺼내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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