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세종대로와 종로가 만나는 교차점…세월 따라 변화도 많고 사연도 많다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

(54) 세종대로 사거리

1972년, 2023년 광화문 사거리.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1972년, 2023년 광화문 사거리.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흔히 ‘광화문 네거리’라고 부르는 ‘세종대로 사거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두 도로가 만나는 교차점이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에서 서울역 인근까지 남북으로 뻗어 있는 세종대로와 서울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종로가 이곳에서 만난다. 조선시대부터 세종대로는 중앙행정기관이 모여 있는 관청 거리로, 종로는 각종 상점이 즐비한 최고의 상업 거리로 그 명성을 떨쳐 왔다. 이러한 세종대로 사거리의 상징성 때문에 이곳 남서쪽 모퉁이에는 전국 국도의 거리 기준점 역할을 하는 도로원표가 설치되어 있다.

두 사진은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촬영한 사진이다. 1972년의 사진을 보면, 왼쪽의 종로와 오른쪽의 새문안로를 질서정연하게 오가는 시내버스와 승용차, 그리고 자전거의 행렬이 보이고, 오토바이 옆에 선 경찰관이 수신호를 하고 있다. 경찰 한 명이 세종대로 사거리의 차량 전체를 통제하는 것처럼 보여 신기하다. 지금보다 교통량이 적어서인지, 사람들이 공권력을 무서워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넓은 세종대로를 가로질러 서 있는 아치형 선전탑은 “5·16 혁명 11주년 및 1972년도 민족상 시상식”을 ‘경축’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 때에는 매년 5·16 군사정변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으며, 그 일환으로 ‘5·16 민족상’을 시상하였다. 학술, 교육, 사회, 산업, 안전보장 등 5개 부문에 걸쳐 주던 이 상은 1966년부터 2016년까지 명맥을 유지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2017년 이후 없어졌다. 그리고 사진 왼쪽의 옥상에 철탑이 있는 노란 건물은 1926년 만들어진 동아일보 사옥이며, 오른쪽의 우뚝 솟은 건물은 1972년 개업한 코리아나호텔이다.

2023년의 세종대로 사거리에는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생겨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건너다니며, 흰색뿐 아니라 분홍색, 파란색으로 그려진 차선이 차량을 유도한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옛 동아일보 사옥 뒤로는 동아일보 신사옥, 파이낸스센터, 한국프레스센터 등 50여년 사이에 새로 생긴 고층 건물이 줄지어 있다.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너편 코리아나호텔에는 조선일보 간판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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