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불장난과 한국의 자살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

윤석열 정부가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 과거사를 지우고 미래를 죽이고 나라를 죽이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권력의 타락으로 우리들의 나라, 모두를 위한 나라의 길은 간데없고 인권과 평화, 민생과 민주 모두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다른 나라 대통령 아닌가?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

윤석열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대해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안이라는 것을 해법이라고 발표했다. 이 해괴한 방안은 어떤 것인가.

① 대법원 판결(2018·10·30)이 선고했던 일본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한국 측이 대신 떠맡는다. ② ‘병존적 채무인수’를 통해 한국 측이 승소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변제하여 채권을 소멸시킨다. ③ 채무인수 주체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설립해서 한국기업 등으로부터 출연을 받아 재원을 마련한다. ④ 이 기부금을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명목으로 지급한다. 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고 하는 일이 없다. 제3자 변제방안의 발표 후 내놓은 대통령실의 브리핑문은 이렇게 말했다.

“1965년 양국이 기본조약을 체결했고, 한일청구권협정을 맺었다. 거기 보면 강제징용문제를 포함해 일본이 우리에게 지불할 5억달러를 일괄 대리해서 지원금을 수령하기로 한다는 약속이 적혀 있고, 53년 동안 지켜져 왔다. 우리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지만 어쨌든 국제법적으로, 그리고 65년도 한·일 양국 정부의 약속에 비추어 보면 2018년 대법원의 판결은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합의를 어긴 것이다’라는 결론이 된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3·16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참담하다. 일본에 완벽하게 면제부를 안겨주는 한국 측의 약속과 생각을 공식화한 회담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악화를 자기 나라 대법원 판결 탓으로 돌렸다. 한국 측 재단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뒤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할 여지에 대해서도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렇게 꼬리를 흔드는데 일본 측은 가해자로서 특기할 만한 반응은 없고 냉정하고 차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해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관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아베 신조가 만든 용어로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말이다. 그들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인정도, 사과도 없었음은 물론 위안부 합의 이행까지 촉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말했는데 여기에는 아베의 극우적 인식도 포함된다. 그러면서 양국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은 더욱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 간에 공식화된 윤 정부의 제3자 변제방안이란 가해기업과 일본 정부에 면제부를 주면서 한국이 합의를 어겼다, 국제법(즉 청구권협정)을 위반했다고 우겨온 일본 정부의 대변자 노릇을 하는 것이다. 일본에 백기투항한 반면, 자국의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정면 부정하고 삼권분립 원칙과 헌법정신을 짓밟았다. 피해자의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다.

2018년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강제동원문제가 애당초 청구권협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이는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것으로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엄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제3자 변제안과 이 선에 따른 한·일 정상회담은 실로 자살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그런데 그 미래란 어떤 것일까? 지금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적 진영구도가 조성되면서 미·중 간, 남북 간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미·일 동맹을 주축으로 삼고(이른바 ‘미·일 일체화’) 한국을 ‘봉’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미국이 제3자 변제안에 크게 박수치는 이유다. 이 괴물 패권국은 ‘반도체 깡패’ 짓도 서슴지 않는다.

지혜로운 균형자 감각과 유연한 전략이 절실한 대전환기에 윤석열 정부가 나라를 팔아 이 신삼각동맹에 편승하려 한다. 윤석열은 밖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버리는 매국적이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진영정치 격랑 속으로, 안으로는 자유라는 허울 아래 불평등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극우적 특권체제의 고통 속으로 한국을 밀어넣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 위험한 불장난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 ‘나라를 잘 돌보고 동포가 편안히 살 수 있도록.’(양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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