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서원대 교수
포니 자동차. 울산박물관 제공

포니 자동차. 울산박물관 제공

울산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언양 불고기, 반구대 암각화, 태화강….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현대’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근대 산업화 1번지로서의 상징적 존재, 현대 하면 또 무엇이 떠오를까.

이광표 서원대 교수

이광표 서원대 교수

2011년 울산에 울산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그때 박물관은 현대의 상징물을 전시하고자 했다. 그것은 자동차였다. 쏘나타·제네시스가 아니라 1975년 생산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였다.

그런데 포니를 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남아 있는 포니 자체도 드문 데다 소유자들이 값을 너무 비싸게 불렀기 때문이다. 울산박물관은 외국에 수출된 포니를 구하려고 알아봤으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어려움 끝에 박물관은 1980년형 자주색 포니를 5000만원에 구입했다.

울산박물관의 어려움을 알게 된 현대자동차는 네덜란드에서 포니 한 대를 구입해 2011년 박물관에 기증했다. 1981년 생산돼 네덜란드로 수출한 포니로 추정된다고 한다. 2017년엔 한 기업인이 1986년형 포니를 직접 몰고 와 울산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 대를 더 기증받아 울산박물관은 현재 4대의 포니를 소장하고 있다. 울산의 상징물, 현대자동차의 뿌리를 제대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포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 강남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선 ‘포니의 시간’이란 전시가 열리고 있다. 1970년대에 생산된 포니 픽업, 포니 왜건을 전시 중이다.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내놓았던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실물로 제작한 것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973년부터 독자 모델 개발을 추진했다. 국산 자동차를 꿈꾸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현대자동차는 울산에 자동차 공장을 세웠고, 드디어 1975년 12월 포니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1976년 1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한국인의 취향에 맞으면서 내구성이 좋았고 국산화율 90%로 애프터서비스도 수월해 곧바로 인기를 끌었다. 해치백 스타일에 각이 진 기하학적 디자인도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판매 첫해에만 시장 점유율 43%를 기록했다. 1976년 7월엔 에콰도르에 포니를 수출하기도 했다. 이후 포니는 1990년까지 생산되었고, 한국 승용차의 대명사로 꼽히면서 20세기 후반 한 시대를 풍미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유해진이 운전하는 택시가 바로 포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고 유명 브랜드들이 탄생하면서 포니는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그 포니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왜 지금 포니일까. 호사가들의 복고 취미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일 것이다. 아울러 기하학적 디자인의 단순 명쾌함과 미래지향적 분위기가 요즘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포니는 박물관에서도 인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09년 포니 픽업를 한 대 구입해 박물관 야외에서 전시 중이다. 근현대 생활사와 산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022년 3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관람객 설문조사를 통해 인기 전시유물 10점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포니가 국내 최초 국산 라디오(1959년산 금성 라디오 A-501), 1960년 4·19혁명 당시의 여고생 일기, 1983년 이산가족찾기 피켓 등과 함께 선정됐다. 이 밖에 서울생활사박물관, 삼성화재 교통박물관에서도 포니를 만날 수 있다.

어느 사전을 보니 포니를 이렇게 설명했다. “말의 한 품종. 몸이 작고 튼튼하다. 인내력이 강하다.” 현대자동차 포니와 참 잘 어울리는 설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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