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서정홍 산골 농부

미리 알려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유공간 시시’는 합천군 가회면에 있다.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가다 보면 두세 번쯤은 ‘어, 이 길이 맞나?’ 싶을 만큼 깊은 산골 마을이다. 공유공간 시시란 이름에는 세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사는 게 조금 시시하면 어때, 나답게 살아가면 되는 거지. 시가 찾아오는 공간.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 이름 하나에도 이런 멋진 이야기가 있다니! 시시,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고 낭만이 흘러넘친다.

다가오는 10월2일(월) 오후 2시부터 5시, 시시에서 여럿이 함께 모여 신나는 잔치를 연다. 2시부터 장터를 열고 3시부터 5시까지는 지역 곳곳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청년들이 모여 ‘시시숲밭 콘서트’를 연다.

장터에서는 어떤 물건을 팔까? 산청 ‘콩살림’에서 국산 콩으로 만든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을 가지고 온다. 산골 마을에서 부모님 일을 돕고 있는 박기범 청년은 매콤한 떡볶이를, 나무실 마을에 사는 한경옥님은 유기농 감자전을, 하루님은 샌드위치와 커피를 판다. 광주에서 우리 밀과 지역 농산물로 빵을 만드는 ‘빵과 장미’ 서수민님도 온다. 그저 빵을 팔려고 오는 게 아니다. 빵 한 덩이가 밥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손님들에게 전하려고 온다. 땅(자연)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빵을 굽고 싶은 아름다운 청년이다. 생각만 해도 든든하다. 서울에서 노래 짓고 노래 부르며 사는 미루님은 마크라메로 손수 만든 목걸이와 팔찌를 갖고 온다. 서울에 살다가 올해 산청으로 온 정인님은 집에서 만든 밤잼을 들고 온다. 정성스럽게 가을을 맞이하고 싶어 뒷산에서 딴 밤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시천면에 살고 있는 해미와 우용님은 지난해 겨울 손수 깎아 말린 곶감으로 잼을 만들어 온다.

푸른과 종혁님은 원지에서 산다. 몇해 전, 두 사람은 마을 큰 나무 아래서 혼인식을 올렸다. 지난해 태어난 딸 ‘서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서로 할머니가 정성껏 농사지은 콩으로 콩나물을 길러 가져온다. 재영님은 생비량면에 산다. 세 아이 아빠라서 농장 이름을 ‘컨츄리파파’라고 지었다. 농장에서 닭을 키워 유정란 생산을 한다. 날마다 달걀을 낳아주는 고마운 닭들이 농장에 사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게 애쓰고 있다. 서와콩 농장 공동대표인 청년 농부 서와와 수연이는 농장에서 손수 기른 양파로 양파잼을 만들어 온다. 양파잼을 팔아 노래 앨범을 내보겠다는 야심 찬 목표가 있다.

나는 3시부터 열리는 ‘시시숲밭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를 살리는 ‘상생 경매’를 할 예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멋진 경매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돈 많은 사람한테 물건을 파는 경매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 돈 받지 않고 그냥 건네주는 경매다. 경매 물건은 이날 참석하는 사람들이 가져온다. 집집마다 잘 쓰지 않지만 아직 쓸 만한 물건이면 무엇이든 가져와도 좋다. 곡식, 간식, 헌책, 새 책, 옷, 신발, 그릇, 찻잔, 차, 우산, 양산, 장난감, 무엇이든 다시 ‘쓸모’를 찾아주고 싶은 물건이면 다 좋다.

농촌이라고 해서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다. 어린이들과 청년들과 어른들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고 신나는 잔치를 열다 보면 농촌도 사람 살 만한 곳이 되지 않겠는가. 절망에서 희망으로….

서정홍 산골 농부

서정홍 산골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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