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애도하지 않는 사회

인아영 문학평론가

이래도 되는 걸까. 언제부터인가 사망자라는 단어에 어떤 숫자가 붙어도 잘 놀라지 않는다. 지난해 사망자는 37만명으로 통계 사상 최고치였고, 그중에서 3만명은 사망 원인 3위인 코로나19 감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별다른 화제가 되지 않는다. 진짜 놀라운 뉴스는 이런 것 아닐까. 우리는 3만명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있다. 대신 백신 면역체계에 투자한 금액을 따지고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경기 부양책을 궁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수많은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 걸까.

지금도 하루 확진자가 3만명이 넘는 상황에 분명한 것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첫째, 의료학적인 차원이다. 전체 사망자의 95%를 넘는 고령층에 대한 공공 보건에 힘쓰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의료적인 복지 조건을 확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질병이 영어 표현 ‘in the air’ 그대로 ‘공기 중에’ 존재한다고 해서 그 피해가 공기처럼 동등하게 퍼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보다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뼈아프게 배운 교훈은 없다. 바이러스는 평등하게 다가오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집단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된다. 죽음에 관해 우리는 의료학적인 차원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를 쓴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라면 보수 정권의 집권으로 분석했을 것이다. 이것은 둘째, 정치공학적 차원이다. 그에 따르면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공식 통계에서 살인율과 자살률은 함께 증가하거나 함께 감소했으며, 폭력치사 발생률이 급증하는 3번의 시기 모두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집권한 때와 겹친다. 즉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자신 또는 타인을 죽인다는 것이다. 물론 살인 및 자살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달리 폭력치사지만, 누군가의 죽음에 둔감해지는 감각에 관해선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정권이 살인 및 자살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인 반면 진보 정권은 이를 예방하는 ‘보호 요인’이란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죽음에 대한 감각이라는 복잡한 매트릭스를 정권교체의 문제로 단순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망률 증가 추세를 완만히 만드는 것만으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사망률을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것은 셋째, 윤리학적인 차원이다. 이에 따르면 보수 정권에서는 우월한 사람에게는 명예를, 열등한 사람에게는 굴욕감을 강제하는 ‘수치심’의 윤리가 지배적이다. 반면 진보 정권에서는 자만심을 경계하고 평등을 옹호하는 ‘죄의식’의 윤리가 우세하다. 수치심은 강자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죄의식은 약자에게 공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역시나 중요한 것은 단지 우파적인 감정과 좌파적인 감정을 가르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수치심과 좀처럼 애도되지 않는 죽음들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쉽게 열등감을 조장하여 타인을 무시하도록 부추기는 사회에서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증가하는 반면 죽음에 대한 감각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에서는 코로나19로 사망한 3만명의 죽음을 슬퍼할 여유가 없다.

얼마 전 소설가 황정은은 말했다. “내 것이 아니라면 고통도 슬픔도 분노도, 투 머치한 정보가 되는 세상을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슬픔과 아픔은 정보가 아닙니다.”(‘채널예스’ 100호) 오늘도 집계되고 있는 사망자 숫자는 그저 정보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애도해야 하는 몫이자 기억해야 하는 슬픔이다.

인아영 문학평론가

인아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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