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지금 뭐하십니까

김민아 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부자 몸조심’이란 속담이 있다. “유리한 처지에서 모험을 피하고 안전을 꾀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다. 22대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부자 몸조심 하는 당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다. 총선 낙관론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현재의 여론조사는 현재의 여론 흐름을 보여줄 뿐이다. 다섯 달 후 여론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총선 전망과 관련해 참고할 지표는 존재한다. 정권 심판·지원론과 대통령 지지율이다.

지난 10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다. 총선에서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이 46%였다.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40%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잘못하고 있다’(55%)가 ‘잘하고 있다’(36%)를 앞질렀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37%)이 더불어민주당(34%)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정권에 부정적인 유권자층을 민주당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부자가 아니다.

0.73. 민주당의 착시는 근본적으로 이 숫자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대선에서 0.73%포인트라는 ‘깻잎 한장’ 차이로 패했다. 그러곤 ‘졌(지만)잘싸(웠다)’를 외쳤다. 결선투표 없는 단순다수제 선거에서 졌잘싸란 없다. 0.73 차이든 0.073 차이든 진 건 진 거고, 이긴 건 이긴 거다. 민주당은 0.73%포인트 차이를 ‘왜’ 극복 못했는지 자성하고 혁신하는 작업을 외면했다. 대신 0.73%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졌다며 정신승리만 했다. 20개월은 그렇게 흘렀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회의에서 조경태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회의에서 조경태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메가시티 서울, 주식 공매도 금지 등의 정책 이슈를 띄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들 정책에 반대하지만, 민주당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다른 정책을 내놓지도 않는다. 그사이 윤석열 정권과 경합하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자리마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내주는 형국이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민생 현안이라고 내놓는 게 아이들 공깃돌 놀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유 자체가 게으르고 오만하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던 2016년 “박 대통령은 ‘무위(無爲)’를 지향하는 지도자”라고 칼럼에 쓴 적이 있다. 민주당도 무위를 지향하는 정당이 돼가는 것 같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 시리즈’ 정책상품으로 승부하던 정치인 이재명은 어디로 갔나.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이재명 대표는 당 인재위원장을 직접 맡았다. 총선기획단장(조정식)과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장(김병기) 모두 친이재명(친명)계다. 총선기획단장은 사무총장이 맡는 게 관례라니 넘어가자. 당대표가 굳이 인재위원장을 겸하고, 검증위원장까지 친명계에 맡겼어야 했나. 총선기획단 면면에서도 통합이나 혁신 의지를 감지하기 어렵다. 4년 전 이맘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은 ‘조국 사태’에 대해 소신발언을 하던 금태섭 의원을 총선기획단에 포함시켰다. 야당이 된 민주당이 여당 시절 민주당보다 수세적이라니.

무차별적 ‘험지 출마론’엔 공감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주권자를 소외시키는, 그들만의 선거공학이 될 수 있어서다. 다만, 당대표나 대선주자급 정치인이라면 험지 출마든 다른 무엇이든 희생이나 헌신을 요구받을 수 있다. 정치인이 눈앞의 이익 대신 대의와 명분을 좇을 때, 그 정치인 앞에 길이 열린다. ‘종로 버리고 부산 간 노무현’이 여전히 회자되는 배경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월16일 의원총회에서 “총선에서 패하면 당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내 정치도 끝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금도 이 생각이 유효한가. 만약 ‘배지’를 희생하고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드는 것, 배지를 지키고 민주당이 제1당을 놓치는 것 중 택일하라면? 솔직한 답이 궁금하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새로고침위원회’를 구성하고 연패 원인을 분석했다. 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이 세 가지 착오에 빠져 있다고 했다.

첫 번째, 시대착오. “민주당이 싸우는 상대는 박정희나 전두환이 아니고 친일파도 아닙니다. 매국노니 쿠데타니 하는 표현이 나오는 건 문제입니다.”

두 번째, 자기착오. “민주당은 자신이 보수정당보다 도덕적이거나 유능하다고 간주합니다.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는 조사가 많은데도 말이죠.”

세 번째, 유권자에 대한 착오. “한번 민주당을 지지했으면, 실망한다 해도 ‘저쪽’은 못 찍을 거라고 여깁니다. 그건 맞아요. 하지만 실망한 분들이 투표장까지 나오기는 할까요?”

이 대표부터 착오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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