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부부싸움

“그카지 말고 문 끼라 바라.” 싸우고 방문을 걸어 잠그자 애걸하는 소리. ‘만다꼬 싸워가꼬’ 그러는지 원. 무섭게 눈알을 부라리며 싸우는 부부들, 언성을 높여 소리를 꽥 지르면 사람 잡아먹는 식인종도 무서워 도망가겠다. 벽마다 커다랗게 확대해서 뽑아놓은 애들 사진과 부부 사진은 다정도 해라. 식인종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사진작가’라지. 사람을 콱 ‘찍고’, 어두운 곳에 ‘가두고’, 물에 ‘담그고’, 벽에 ‘말리고’, 가위나 칼로 쓱쓱 ‘자르고’ 그야말로 후덜덜이야. 가족사진마다 전우애에 불타는 부부들. 있을 때 잘한 추억의 사진이 요래 남았구려. 명절이면 할머니가 배를 깎아. 할머니에게 만만한 배란 할배. 저 할배 영감탱이 하면서, 쓱쓱 칼날을 세우며 ‘있을 때 잘해~’ 협박을 한 차례 더 하지.

가수 오승근의 노래 ‘있을 때 잘해’가 쿵덕쿵덕 흥을 돋운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이번이 마지막, 마지막 기회야. 있을 때 잘해. 워우~”

피부가 푸석하고 눈두덩에 검은 그늘이 비치면 해보는 질문. “부부싸움 하셨어요?” 어떤 앵커가 질문하듯이, 미끄덩하게 말이다. “뭔 소리, 우리는 그런 거 안 해.” 쌈박질이 자랑할 일도 아니고 말이지. 자꾸 캐물으면서 “디끼 안 디끼?” 추궁할 일도 아닌 게 부부란 이미 초기에 서열이 분명하게 정해지는 법이렷다. 보통 여성 파이터의 승리사를 결혼생활이라 부른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을 방법은 딱 두 가지뿐이다. 1. 비혼주의 독신으로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산다. 2. 이혼한 뒤 평화주의자로 전향한다. 참 쉽고 간단한 해법처럼 보이나 그게 간단치가 않다. 티격태격 다투지 않고 사는 게 과연 사는 맛일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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