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자감독은 무용? 효율성 높일 위기이자 기회다

신달수 | 의정부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거나 재범한 전자감독 대상자에 관한 보도를 자주 접한다. 이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볼 국민의 걱정에 송구함과 그때마다 전자감독 무용론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의 차가운 지적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전자감독을 보호관찰소에서 직접 실시해 본 보호관찰관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감독은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도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하고 싶다.

신달수 | 의정부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

신달수 | 의정부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

전자감독이 기회인 첫 번째 이유는 성폭력범죄자 등 강력범죄자에 대한 재범방지 효과이다. 2008년 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교정시설에서 형기를 마친 범죄자에 대해서는 출소 후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그런데 전자감독제도 실시 후에는 전자감독과 보호관찰을 병행 실시함으로써 특정 범죄자의 재범을 대폭 줄였다.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성폭력범죄로 전자감독을 받고 있는 대상자의 재범률은 제도 시행 전 5년간의 14.1%에 비해 7분의 1 수준인 2.1%에 그쳤다.

두 번째 이유는 전자감독 대상자에게 좋은 삶을 영위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감독 대상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잦은 범죄와 교도소 수용으로 가족관계가 끊어지거나 멀어진 경우가 많다. 특히 성범죄로 전자감독을 받고 있는 대상자는 그 정도가 심하다.

2020년 성남보호관찰소에 근무할 때, 심장질환 등으로 가족도 치료와 지원을 포기한 신모씨를 예로 들 수 있다. 신씨에게는 먼저 기초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한 후 병원치료를 지속하였다. 그리고 수시로 생필품을 지원했고 그해 12월에는 담당 직원과 함께 집을 방문해 전기장판을 전달했다. 창문 밖으로 우리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신씨를 보면서 마음이 짠했다. 며칠 후 신씨의 누나는 담당자에게 전화로 “가족보다 더 낫네요. 저도 형편이 되는 대로 동생을 찾아볼게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전해 왔고 그때 또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다.

세 번째 이유는 교도소 과밀수용 해소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다. 2020년 전자장치부착법이 개정, 시행되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전체 사범에 대한 ‘전자감독 가석방’ 확대이다. 전자감독 가석방 확대는 교도소 과밀수용 해소를 통한 수용자 인권침해 방지, 교정시설 운영 예산 절감, 가석방자에 대한 출소 후 재범방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는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제도’ 실시이다. 구속 수감된 피고인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중한 질병이 있거나 부양할 가족이 있는 피고인에게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법원이 보석을 허가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구속으로 인한 피고인 및 피고인 가족의 피해 최소화, 재판부의 피고인 도주 염려 해소에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미래 범죄예방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이다. 이런 정보통신 기술과 위치정보 시스템을 활용한 전자감독을 통해 미래 범죄예방 기법 및 기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전자감독 실시 경험은 앞으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범죄예측 시스템 구축 및 인간과 과학이 결합한 미래형 보호관찰 실시로 가해자 재범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지난 10월 법무부는 부족한 보호관찰 인력에도 불구하고 특별사법경찰제도를 활용해 전국 13개 보호관찰소에 신속수사팀을 구성하였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외출제한명령 등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해 즉각적인 제재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의정부보호관찰소 신속수사팀은 음주제한이 준수사항으로 부과된 전자감독 대상자 강모씨가 술을 마신 사실을 현장 출동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별도 가정폭력 사건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강씨가 배우자에게 음주 후 폭력을 행사할 염려가 있어 현행범 체포 후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기회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갈 수도 있다. 지금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보호관찰관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보호관찰관이 전자감독이라는 기회를 잡고 범죄예방 현장에서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바라본다. 더불어 2008년 전자감독제도 시행 이후 대상자로부터 생명 및 신체에 피해를 당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전자감독을 수행했던 보호관찰관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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