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타버스에도 눈이 내려야만 한다

박광석 기상청장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라는 호접지몽은 <장자>의 ‘내편’에 나온 고사성어다. 나와 나비는 분명 별개의 것이지만, 내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내가 된 것인지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비유한 것이다. 비슷한 주제를 가진 서양의 대표적인 영화 작품들로는 <매트릭스> <아바타>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존재하고 두 세계를 주인공이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것이다.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5G 통신, 빅데이터 처리, 컴퓨터 그래픽 기술 등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을 쉽게 넘나드는 ‘메타버스(Metaverse)’ 기술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메타버스란 사물 인터넷(IoT)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현실과 결합해 디지털 기반의 가상세계로 확장시키는 서비스로, 미국 소설가 스티븐슨이 1992년 출간한 소설 <스노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활동이 제약되면서 비대면 공간인 메타버스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엔디비아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의 경영자들 또한 메타버스 기술의 본격적 추진을 선언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은 아예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은 게임, 교육, 유통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산업으로 발을 넓히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메타버스 기술에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사례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구글 웨이모와 같이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인공지능과 결합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에서 가상의 날씨 상황을 증강현실로 재현하여 차량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가 열림에 따라 보다 지능형화된 문화관광사업을 추진하고자 관광지에서의 날씨 상황을 가상공간에서 보여준 사례도 있다.

여기에 앞으로 메타버스 기술이 우리 기술로 완성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Korean Integrated Model)’에서 얻어진 날씨 예측정보와 접목되면 사람들에게 더욱 생생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내일과 모레 서울에서 대전으로 자동차를 몰고 출장을 가야 한다면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도로 위 날씨 상황을 실감 나게 먼저 경험해볼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시간당 5㎜ 강수라는 막연한 수치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서의 날씨 상황을 더욱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은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상정보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상세계를 통해 유토피아적 이상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도리어 현실세계에서 있을 법한 위험한 상황을 실감 나게 재연해 모두의 공감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자의 나비가 꿈속이 아닌 현실이 되는 ‘메타버스’에도 눈이 내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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