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주당의 변화를 위한 소통의 원칙

손용진

정치에서 같은 편을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 편의 단합을 해친다거나 다른 편을 이롭게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정중한 말투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글은 반말로 쓰이지만, 이런 글들이 존댓말로 쓰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b>손용진</b> 인천 남동구 간석동

손용진 인천 남동구 간석동

이런 태도엔 두 가지 의도가 있다. 하나는 나의 의도를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 다른 하나는 불필요한 분란을 방지하는 것이다. 보통 분란은 상대의 ‘의도’를 ‘오인’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정당한 비판, 문제제기라고 생각해도 상대는 그렇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우리 편을 분열시키는 행위, 자신에 대한 부당한 비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중한 태도는 ‘나는 당신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다. 잘못이 고쳐지기를 바랄 뿐이다’와 같은 의도를 전달하려는 표현이다. 문제제기 과정에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 쓸데없는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애초의 문제의식은 뒷전으로 밀린다. 정중한 말투는 이들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오인(misperception)이라는 개념이다. 국제정치학에서 안보위기, 안보딜레마를 불러오는 핵심 개념이다. 갈등은 내가 상대의 의도를, 상대가 나의 의도를 오인하는 데서 발생, 심화된다. 그러므로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선 나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려고, 상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내 갈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한편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 또는 자기 집단에 대한 비판에 거칠게 반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거친 모습은 오인, 방어기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부정편향성’이다. 여기에는 팬덤과 대칭적으로 보이는 ‘(진보)언론’의 책임도 상당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언론은 권력 등의 잘못된 점을 ‘비판’을 통해 고치려 한다. 권력 등이 이 비판을 잘 수용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 비판의 수위가 높아진다. 비단 언론만이 아니라, 비판이 수위가 강해져 비난, 풍자, 조롱 등이 되기도 한다. 비판의 수위가 강해지는 것은 ‘비판이 수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비판을 수용했어야 하는데, 비판을 수용하지 않으니 상대는 비합리적이거나 다른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부정편향성이 강화된다. 팬덤이 거친 이유는 첫째, 자신은 합리적이고 상대는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둘째, 비합리적인 상대의 잘못을 비판을 통해 고치려 하기 때문이다.

팬덤과 당내 갈등에 대응하는 데 몇 가지 원칙을 정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같은 당 구성원은 죄수의 딜레마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상대에게도 나에 대한 협력 의사를 요구해야 한다. 거친 표현을 쓰지 말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팃포탯(tit for tat) 원칙도 고수해야 한다. 거친 표현에 똑같은 대응은 안 되지만, 갈등을 무조건 회피해서도 안 된다. 분쟁은 강 대 강으로 부딪칠 때도 일어나지만, 나에게 억지력이 없거나 상대가 나의 저항의지를 과소평가할 때도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나의 협력 의지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결국 목적은 갈등 해소와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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