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티글리츠의 최저임금 인상론,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보수진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일자리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고언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 많다. 그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낙수효과 경제는 실패로 끝났으며 미국식 자본주의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부자들은 더 부유해졌지만 하위 90%의 평균 소득은 정체돼 있다는 게 근거이다. 그가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분수효과이다. 그는 대침체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분수효과 정책이 영향을 나타냈다며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분수효과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메리칸드림은 이미 미신이 됐다’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발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에서도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불평등 사회가 되었다는 사실은 상식이 되었다.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것도 사회적 동의가 끝난 사안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좋은 방식이고, 이외에도 노동자 임금에 정부보조금을 더해줘야 하며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정부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진단은 타당하다.

한국개발연구원이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효과 보고서도 이런 주장과 맥이 같다. 연구원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3만6000~8만4000명 감소했지만 정부 지원 등으로 고용감소 효과는 아주 작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요구이다. 인상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빌미로 작업을 멈추게 하려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 부작용은 끊임없이 보완해가야 한다. 정부도 제대로 대처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자문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도 1분위 소득이 더 낮아진 것은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빈곤 문제를 풀 수 없는 한계 계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복지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이를 위한 재원마련 논의도 미뤄서는 안된다. 불평등을 막기 위해서는 공정과세도 절대 필요하다. 부동산 보유세를 필두로 질서 있는 증세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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