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벌적 손배, 언론의 책임 높이되 독소조항은 빼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심사소위가 16일 여당 주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심의·처리하려다 연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코로나19 자가격리 문제로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백년대계로 짜야 할 언론관계법을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데 유감을 표하고, 언론 학계와 현업 단체들이 요구하는 더 많은 숙의를 거치길 바란다.

언론의 책임과 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입법은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비근한 예로 성매매 기사에 조국 전 장관 부녀의 일러스트를 사용한 조선일보 보도는 공분을 일으키고, 선정적 기사가 꼬리를 문 한강변 의대생 변사 사건은 ‘냄비 언론’의 신뢰 문제를 일깨웠다.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인식과 불만이 언론개혁 요구로 분출하는 것은 당연하며 시의적절하다.

반대로, 언론 입법은 명확하고 공정해야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다. 시각이 갈려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표적이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허위·조작 보도는 재산·정신·인격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악의적 오보와 가짜뉴스는 처벌하고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 그러나 손해배상 하한선을 언론사 매출액의 1000~1만분의 1로 설정하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피해액 하한선을 매출액으로 긋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부터 입법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악의’와 ‘왜곡’을 어떻게 재단할지 명확하지 않으면 소송이 남발되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까지 있는 속에서 과잉·이중 규제도 될 수 있다.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유튜브를 징벌에서 빼는 것도 맞지 않다. 중대한 오보나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입법 취지를 살려 속도보다 완결성을 중시해야 한다. 더불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수백개씩 복사 기사들이 쏟아지는 포털 개혁 법안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언론자유와 언론신뢰도가 모두 높지 않은 나라이다. 악의적 오보를 막으면서 언론자유와 권력감시를 후퇴시키지 않는 제도적 절충이 시급하다. 언론 단체들은 공적 영역 보도는 징벌적 손배 적용을 배제·제한하고, 매출액보다 대법원의 명예훼손 위자료(중대피해 1억원)를 준용하자는 대안도 내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보는 각도와 권력에 따라 악용될 수 있는 독소조항은 더 숙의하고, 단계적으로 실효성과 수용성을 높여가는 입법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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