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급한 감정싸움에 날새우는 국민의힘, 정책은 언제 논하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서 당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전날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며 “정권교체는 둘째 문제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해 국밈의힘 경선후보들로부터 비판을 샀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 간 감정싸움이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에 이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며 “정권교체는 둘째 문제이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에 홍 의원은 14일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맞받았고, 유 전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충견”이라고 극언했다. 저급한 인신공격에 주술 논란까지 벌이더니 이제는 막장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고도 내년 대선에서 한 표를 달라고 하니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

대선 경선에서 검증을 하다보면 거친 언사가 오갈 수 있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의 당 해체 발언은 문제가 심각하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은 여권이 탈탈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았다며 홍·유 두 후보를 향해 “우리 당 후보가 만약 된다면 (털려서 뭐가 나오는 데) 일주일도 안 걸린다”고 말했다. 자신만 깨끗한 후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장모·부인 논란에 고발 사주 의혹 등에 휘말려 있다. 그래놓고 자신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당의 풍토까지 거론하며 해체 운운하다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이 의심스럽다. 이런 인식을 갖고 대통령이 된다면 국회와 야당을 어떻게 대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이날 윤 전 총장은 지난해 말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했다. 법원이 윤 전 총장의 재판부 불법사찰과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 지시 등은 징계 사유로 정당하다고 했다. 정직 2개월 징계가 오히려 가볍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남의 허물을 한껏 주장할 계제가 아니다.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홍 의원도 1차 경선 때 상대 후보를 “쥐어팰 수도 없고”라고 하는 등 막말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가뜩이나 준비 부족과 막말 논란에 휩싸인 경선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주자들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지지율에서 앞선 주자들이 볼썽사나운 언행으로 경선판을 흐리면서 정책 토론은 아예 볼 수조차 없다. 이 대목에서 유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역할이 아쉽다. 우리 사회는 여느 때보다 훨씬 엄중한 난제에 봉착해 있다. 이런 때에 대선 주자들이 정책 토론은 뒤로한 채 저급한 말싸움만 벌이는 것은 국민을 희롱하는 일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재창출론보다 정권교체론이 높게 나오는 상황을 믿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후보 경쟁력과 당의 수권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여론은 돌아선다. 지금부터라도 국가 비전과 정책 현안 등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통해 수권 및 국정운영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