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박빙 당선 윤석열, 민심 겸허히 새겨 통합에 매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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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대국민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대국민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윤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펼친 초박빙 승부에서 10일 48.56%의 득표율로 신승했다. 검찰총장 출신 신인 정치인이 정권 교체를 앞세워 제1야당 후보가 된 데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위기에 강한 경제대통령’ 구호와 정치교체·통합정부 슬로건을 앞세워 막판 추격전을 폈으나 불과 약 0.73%포인트 차이로 분루를 삼켰다.

윤 당선인의 승리는 지역적으로는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에서 승기를 잡은 결과다. 이 후보가 경기·인천에서 선전하고 호남에서 절대적 우세를 점하는 등 선전했지만,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결국 선거 내내 그림자를 드리웠던 정권교체론에 힘입은 바가 컸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는 여권 지지층을 떠나보냈다. 그 틈을 윤 당선인이 앞세운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파고들었다.

윤 당선인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그는 대선 사상 가장 작은 표차로 승리한 당선인이 됐다. 과거 가장 작은 격차였던 15대 대선 때 김대중 당선자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39만표 차이보다도 작다. 정치·행정 경험이 전무하고 오로지 검사로만 살아온 그는 선거에서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구체적 정책도 준비하지 못했다. 더욱이 젠더·노동·외교안보 정책 등에서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관점을 보여 우려를 자아냈다. 여성가족부 폐지·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는 여성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선거전에서 2030 세대를 성별로 갈라치기하는 위험한 선거전략을 채택했고, 이에 2030 여성들은 막판 이 후보에 대한 지지로 돌아섰다.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과거로 돌리는 검찰권 강화 공약이나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 공언 등은 ‘윤석열 정부’의 지향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편향된 공약을 전면 폐기하거나 수정하고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조기에 위기에 빠질 수도 있음을 말해둔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전환기를 이끄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당장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오미크론 위기 극복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경제·산업구조 개편 등 미래비전을 세워야 한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세계질서가 강대국 패권주의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신냉전 구도가 공고화되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무력도발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최악의 지경에 이른 한일관계는 과거사와 경제·안보 현안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야할 것이다.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청년 문제의 출구도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 인구절벽, 수도권·비수도권 사이에‘분단’이란 말이 나온 지역불균형 문제도 풀어야 한다.

정권심판론은 선거에서 이기게 할 수는 있지만 국정을 이끄는 지침이 될 수는 없다. 민주당 등 범여권의 의석은 180석에 달하고, 총선은 2년이나 남았다.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은 여당 협조가 필요하다. 청와대 시대를 접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당장 민주당 도움이 필수적이다. 절반의 승리로 당선된 윤 후보에게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여가부 폐지나 4개강 사업 살리기 등 쟁점들은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당선은 됐지만 앞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윤 후보의 정책 능력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겸허한 태도로 진정성을 갖고 국정을 풀어나가야 한다. 열린 태도로 견해가 다른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보수층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표하는 제1시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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