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안 난항, 특검 추천이 장애물이라니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법안이 4일 국회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5일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딴판이다. 합의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여야가 이견을 보이다니 어이가 없다. 다른 사안도 아닌 군 내 성폭력 사건을 규명하는 데 합의하지 못한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여야가 의견을 달리한 것은 특검 추천 방식이다. 지난해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이 공동발의한 법안에는 국회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4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받은 뒤 교섭단체가 합의해 2명으로 좁히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반면 지난달 민주당이 낸 법안은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의 후보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이 중사 유족과 시민단체가 원하는 방식이라고 민주당은 밝혔다. 변협이 추천하는 특검이 의혹 규명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 중사 사건은 사건 자체뿐 아니라 이후 수사와 처벌 과정에서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성폭력을 당한 뒤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호는커녕 2차 가해를 당했다. 오히려 상관들은 피해자에게 회유와 협박, 무마 등을 시도했고, 이 중사는 극단적 선택으로 부당함을 알렸다. 이후 수사가 진행돼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지난해 12월 보통군사법원의 1심 판결에서 9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무마·회유 등을 한 사람 중 노모 준위만 구속기소됐을 뿐 다른 관계자들은 불기소됐다. 이에 유족들은 장례도 미룬 채 명확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1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건의 의혹을 풀 증거는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사건을 무마하는 데 급급하고 진상 규명에 미적대온 군과 군 수사기관이 애써 증거를 보존할 리가 만무하다. 이 중사 사건은 군이 성폭력에 대응하는 데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군은 스스로 성폭력의 진상을 규명할 능력조차 없음을 보여주었다. 군 내부 기관이 아닌 제3의 기관을 세워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런 마당에 여야가 법안 통과에 합의해놓고도 특검 추천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여야는 당장 교섭을 재개해 특검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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