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소 못한 정호영 의혹, 강제력 있는 방법으로 규명해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자녀 편입학·병역 특혜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자녀 편입학·병역 특혜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과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해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떤 부당한 행위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송구하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부당한 요청·청탁·압력은 없었다고 했다. 일파만파로 커지는 ‘아빠 찬스’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아들딸의 편입·스펙 특혜 의혹은 교육부 조사를 요청하고, 아들의 병역 보충역 판정은 국회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재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회견은 명확한 증언·자료 없이 그간 내놓은 일방적 해명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의혹 해소엔 턱없이 미흡했다.

자녀 특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 후보자 딸은 2016년 12월 편입시험 당시 박모 의대 부학장과 아버지의 논문 공저 교수 2명이 심사한 제3 고사실 구술평가에서만 모두 20점 만점을 받은 것이 새로 확인됐다. 심사위원 9명 중 1·2 고사실 6명의 평균점수는 17.3점에 그쳤고, 정 후보자 딸과 탈락자의 점수차는 6.31점이었다고 한다. 정 후보자가 “공정성을 의심할 대목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제3 고사실 만점 세례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합리적 의심이 일 수밖에 없다. 박 부학장과 논문 공저 교수는 2018년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편입한 정 후보자 아들 서류전형에서도 30점 만점에 28~29점을 줬다. 이 아들은 2010년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5년 뒤 척추협착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고 근무했다. 재검 병무진단서를 정 후보자가 진료처장으로 있던 경북대병원에서 받았고, 재검 전 1년10개월간에는 아무런 척추협착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아들이 2015년 경북대 공대에서 19학점을 들으며 한 연구센터에서 주 40시간씩 학생연구원으로 일했다는 경력 부풀리기 의혹도 정 후보자 측은 근거 자료 없이 “강의·연구실이 한 건물에 있었다”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부실 검증 정황도 문제다. 채널A는 최근 정 후보자가 “(지난 10일 장관 지명) 이틀 전 밤에 연락받고 지명 하루 전 인사검증동의서를 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 후보자가 ‘하루 검증’을 받고 지명된 셈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40년 지기인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세히 해명하겠다”며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윤 당선인도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위법 여부를 먼저 보겠다는 뜻이다. 정 후보자 의혹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조국 수사 때 들이민 잣대로 보라”고 압박했다. 강제력 있는 검증·수사가 아니면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게 객관적 현실이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책임있게 결자해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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