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도 가세한 ‘검수완박 합의’ 뒤집기, 협치 걷어차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5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5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검수완박 합의문’을 재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불과 사흘 전 박 의장이 중재하고 의원총회에서도 추인한 여야 합의를 깨자고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손바닥 뒤집듯 합의문을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보름 뒤면 집권여당이 될 공당이다. 합의·약속 이행을 중시하는 의회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정치를 불신케 하고 책임정치에도 반한다.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합의 뒤집기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가세했다. 윤 당선인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중지를 모아달라”며 우회적으로 국회 재논의를 주문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여야 합의를 세우고 비토한 것은 전례가 없다. 기류는 국회 합의 다음날부터 급선회했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가 “(검경)수사권 개정의 문제점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그와 통화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총을 거친 당론을 번복했다. 당초 국회 합의를 “존중한다”던 인수위 입장도 안철수 위원장이 뒤집었다. 검찰과 일부 보수 지지층 반발로 촉발돼 한동훈-안철수-이준석으로 이어진 국회 합의 번복엔 윤 당선인 의중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3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반대하며 총장직을 사임하고, 대선 때 검찰권 재강화를 공약하고, 인수위에서 ‘취임 후 검수완박 거부권 행사’를 공언한 윤 당선인 뜻이 정권이양기 파행을 부른 셈이다.

국민의힘은 합의문에서 오는 9월쯤 검찰이 경찰에 넘기도록 한 선거·공직자 수사를 문제 삼았다. 권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앞에 오해 살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 말은 사흘 전의 합의정신을 뿌리째 부정하고 있다. 여야 합의문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죄를 단계적으로 다른 수사기관에 넘겨 협업·견제토록 하고,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구체적 틀을 짜도록 하고 있다. 검수완박 원안에서 물러선 민주당도 지지층이 반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합의문 한 대목으로 전체 틀을 흔들고,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할 거라던 박 의장 중재를 ‘협치’로 받아들인 결정을 스스로 희화화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여야는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 공안부가 선거 수사에서 여당 편을 들고, ‘유권무죄’ 논란이 일어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검찰은 그것부터 반성하고, 국회는 중재안의 미비점을 촘촘히 메워가야 한다. 공소시효 6개월인 선거 수사가 지방선거 전후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검찰 개혁 취지대로 수사기관 간 협업을 촉진시키고, 그래도 국민적 우려가 남는다면 국회에서 한시적으로 시효를 조정할 수도 있다. 검수완박의 대치 고비를 넘는가 했던 4월 국회가 다시 경색되고 있다. 1차적 책임은 국회 합의를 물린 국민의힘에 있다. 사흘 전 국민 앞에서 약속한 대로, 여야는 4월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매듭짓고 원만한 정권이양과 민생 과제에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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