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도 되기 전부터 ‘소통령’ 노릇 하는 한동훈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자신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발언을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현장을 책임질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건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JTBC 대담에서 한 후보자를 향해 “(검수완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는 장관으로 지명된 지난 13일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고통받을 것이기 때문에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여야 합의안’ 재논의를 요구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에조차 서지 않은 ‘후보자’가 이미 장관이라도 된 듯 행동하고 있다. 입법부와 주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인사청문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들은 소관 부처 업무와 관련된 질의를 받을 경우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거나 일반론으로 갈음하곤 한다. 당사자의 즉각적·직접적 해명이 필요한 도덕성 의혹 제기 등에만 대응하는 게 관례다. 한 후보자는 다르다. 거침이 없다. 지난 15일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처음 출근한 한 후보자는 “명분 없는 야반도주”라는 표현으로 검수완박 입법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직격했다.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다음날(23일)에는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악화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응했다. 이준석 대표는 24일 “한 후보자 등 일선 수사 경험자들의 우려가 타당하다”며 재논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26일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한 후보자와 장시간 통화하며 설명을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퇴직 검사 등 이야기를 추가로 듣고 재논의 필요성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원총회 추인까지 받은 합의서를,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 한 사람이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한동훈의 힘’ 뒤에는 물론 ‘윤석열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도 하기 전부터 자신의 복심이자 페르소나인 한 후보자를 통해 ‘대리통치’를 시작한 것이다. 공직후보자 시절부터 국회와 입법권을 경시하는 인사가 장관에 오른다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우려스럽다. 특정 부처 수장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넘어 ‘소통령’ ‘2인자’로 군림할 경우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원칙은 훼손될 것이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 모두 오만을 경계하고 신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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