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편중 인사’를 법치로 왜곡한 윤 대통령, 견강부회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새 정부의 검찰 중용 인사에 대해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정부 소속 변호사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하는 것에 비유했다. 수사·인사·정보 요직에 이어 금융감독원장에까지 검사 출신을 등용해 논란이 일자 반박한 것이다. 전날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겠다”고 밝힌 윤 대통령의 인사관은 보수·진보 모두에서 ‘왜 검찰에서만 사람을 찾느냐’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그러자 하루 만에 법치주의와 미국 시스템으로 방어 논리를 확장했다.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필요한 논리만 취사선택한 견강부회에 가깝다.

법치주의는 17세기 영국에서 코크경이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를 주창한 데서 시작한다. “국왕도 신과 법 밑에 있다”며 인치(人治)를 배제하고, 절대군주의 자의적 통치를 법으로 제어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법률가, 그것도 특수통 검사와 측근들을 기용한 것에 법치라는 말을 끌어썼다. 민주국가의 운영 원리로 자리 잡은 ‘법이 지배하는 나라’를 ‘법률가가 지휘하는 나라’로 바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재풀이 너무 좁다’는 지적엔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 정부에서 민변 출신들이 발탁된 적 있지만 대부분 법무·민정·감찰 등 직무와 관련된 자리였다. ‘도배’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민변 출신 장관도 국회의원·자치단체장 같은 선출직을 거친 사례가 대부분이다. 미국도 한국도 금감원장·국가보훈처장까지 ‘대통령 측근 검사’가 전진배치된 적은 없다. 특정 직역이 과다 대표되는 불균형을 봤다면 그걸 바로잡아야지 ‘나는 (민변 대신) 검찰을 쓰겠다’고 하는 게 타당한가. 금감원·공정위 수장에 대해 “법 집행자들에게 적절한 자리라고 늘 생각해왔다”는 윤 대통령 말도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 만능주의’ 시각이 보인다. 역대 정부에서 검사의 공직 파견을 없애거나 최소화한 이유가 있다. 국정엔 유무죄를 가리는 이분법보다 예방·타협·조정이 더 중요할 때가 훨씬 많다. 검찰 네트워크가 장악해가는 ‘검찰국가’를 문제 삼는데, 대통령은 법치라고 에두른다. 검찰 중용 인사가 더 남아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여당에선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해 옹호·관망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안철수 의원은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고, 정진석 의원은 김영삼·김대중 시대에 민주화운동가를 등용한 것과 비교했다. 대통령 듣기 좋은 소리만 주고받는다면 민심과 멀어질 뿐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인사는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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