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없는 제헌절’, 여야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대한민국 헌법의 제정·공포를 경축하는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사실상의 입법부 공백 상태에서 치러졌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제헌절을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삼겠다고 했던 지난 12일 합의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축식을 계기로 국회의장실에 모였지만, 신경전만 주고받았다. 헌법 수호 책임이 있는 입법부가 헌법의 생일이라 할 수 있는 제헌절 의미를 퇴색시킨 데 유감이다. 지난 5월30일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 이후 여야는 이날까지 49일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전례 없는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난 극복의 주체가 돼야 할 여야가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원구성 협상을 가로막고 있는 막판 쟁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직을 누가 차지할지다. 국민의힘은 MBC·KBS 등 공영방송의 보도가 불공정하다며 방송 중립화를 위해 과방위원장을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언론장악 시도’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의 교착 국면에는 여당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공영방송의 여당 비판을 편파보도라며 싸잡아 비난하고, 언론노조를 근거 없이 깎아내리는 등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발언들로 문제를 키운 책임이 있다. 권 대행은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에 적극 임해야 옳다.

민생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도 뛰는 등 복합 경제위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코로나19도 다시 확산세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국민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유류세 인하 법안, 화물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법안, 직장인들의 식대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밥값 지원법’ 등 민생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국회 정상화가 미뤄지는 것은 국민에 대한 국회의 직무유기다. ‘무노동무임금’을 국회의원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음을 여야는 알아야 한다.

여야는 지난 12일 합의를 지키진 못했지만, 밤샘 협상을 해서라도 속히 국회를 가동해야 한다. “대화, 타협이 꽃피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던 김진표 국회의장도 마지막까지 중재 노력에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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