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친위’ 국민의힘 비대위, 이래서 쇄신 가능하겠나

국민의힘이 16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비대위 인선을 완료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당연직으로 포함됐고, 엄태영 의원, 전주혜 의원, 정양석 전 의원,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 최재민 강원도의원, 이소희 세종시의원 등이 비대위원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비대위 면면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 만에 집권여당이 비상체제에 들어간 전례없는 사태를 맞아 성찰해 주기를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이다. 과연 여권이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날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윤석열 친위세력의 비대위 장악이다. 주기환 비대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2003년 광주지검에서 일할 때 검찰 수사관으로 인연을 맺은 측근 중 측근이다. 지난달에는 그 아들이 대통령실 6급으로 근무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측에서는 주 비대위원의 인선이 호남 배려라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대리인’을 비대위에 집어넣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판사 출신 전주혜 비대위원도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을 맡았던 친윤계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를 노출하는 등 당의 혼란에 책임이 큰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재신임받고 비대위원에 포함된 것도 상식 밖이다. 결국 이날 인선은 이준석 전 대표를 당에서 쫓아내고 윤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드는 지도부를 만들어놓은 데 지나지 않는다. 한심한 인사는 이뿐이 아니다. 주 비대위원장은 박덕흠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재직 당시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특혜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탈당했다가 15개월 만에 슬그머니 복당시킨 바 있다. 이처럼 도덕성에 문제가 많은 인물에게 당 살림을 맡긴다니 어이가 없다.

여권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수밖에 없다. 민심을 수렴하고 윤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민생을 챙겨야 한다. 그런데 이번 비대위 인선에서는 이런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 위원장은 “절박함과 책임감으로 무장하면 국민은 다시 우리에게 신뢰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디서 절박함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대통령 친위대식 비대위에 시민들이 공감할 리가 없다. 여권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인식에 절망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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