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밀인 대통령 동선까지 흘린 김건희 팬클럽 놔둘 건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부인 김건희 여사 팬클럽에 버젓이 유출되는 일이 24일 벌어졌다.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에서 한 사용자는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린다”는 댓글을 올렸다. 글에는 “공용주차장으로 오세요”라는 안내도 더해졌다. 행사 종료까지 기밀로 유지되는 대통령 동선의 일시·장소가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이다. 시장 방문은 경호엠바고가 걸리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도 공지되지 않은 세부 일정이다. 대통령실 경호·보안에 이런 구멍이 뚫리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 팬클럽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김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들도 이 팬클럽에 떴다. 대통령 집무실은 사전 허가 없이 촬영이 제한되는 보안구역이다. 그곳에서 대통령 부부가 찍은 사진들이 대통령실 공식 라인이 아닌 팬클럽에서 공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부속실 직원에 건네진 김 여사 휴대폰으로 촬영이 이뤄졌고, 외부 제공자도 김 여사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1월 강신업 변호사가 개설한 이 팬클럽은 현재 회원 수 3만명에 육박해 있다. 강 변호사는 성상납 비위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 처벌과 사퇴를 요구하고, 또 다른 사조직(매관매직척결국민연대) 결성 추진을 비판한 시사평론가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숱한 설화를 일으킨 강 변호사는 7월28일 “개가 짖어도 새벽은 오고, 김건희 여사를 지킬 것”이라며 회장직을 사퇴했다. 국내에서 대통령 부인에게 처음 생긴 팬클럽이 줄곧 정치적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대통령 경호의 장애물이 된 셈이다.

대통령 동선의 사적인 유출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보안사고다. 기본적으로는 보안의식 없는 팬클럽이 저지른 과오이지만, 그간 공사 구분 없이 사진을 공유하고 여러 일탈적 행동을 묵인·방치한 김 여사 책임도 가볍지 않다. 문제가 많은 이런 팬클럽을 그대로 놔둘 것인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거듭 죄송하다”면서 유출 경로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태는) 팬클럽이 주어가 아니고 당원이 주어”라고 했다. 특정 당원의 의욕 과잉으로 치부하면서 팬클럽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애써 막으려는 것이다. 참으로 안이한 대응이다. 대통령실은 경호·보안 체계의 민낯을 드러낸 책임자를 일벌백계하고,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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