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18 희생자 암매장 첫 확인, 신속한 조사로 진상 밝혀야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굴된 유골 가운데 1기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시민으로 25일 확인됐다. 정부가 5·18 행불자로 인정한 85명 중 암매장된 유골이 확인된 경우는 42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발굴로 5·18 행불자 광주교도소 암매장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019년 12월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묘지에서 신원미상의 유골 수백구가 뒤섞인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지역은 5·18 당시 3공수여단이 주둔했던 곳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 242기 중 162기의 DNA 분석 결과를 넘겨받은 뒤 국과수와 다른 유전자조사기법(SNP)으로 재조사를 진행해왔다. 최근까지 60여기를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1기가 행방불명자 A씨의 가족과 DNA 정보가 99.9998%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불자의 신원이 뒤늦게나마 확인돼 다행이다. A씨는 전남 화순 출신으로 당시 23세였다. 계엄군에게 살해된 뒤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도 애도를 표한다.

1995년 검찰 조사에서 5·18 당시 3공수여단 소속 김모 소령은 시신 12구를 사병 5~6명과 함께 가마니로 2구씩 덮어 광주교도소에 가매장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조사위는 당시 계엄군이 시체처리팀을 운용하고 시신 50여구를 암매장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11공수여단이 개입한 미니버스 피격 사건에서도 사망자 시신 중 최소 6구가 실종됐다. 민간인들을 광주교도소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12명이 트럭 안에서 질식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사위가 SNP 재조사 중인 또 다른 유골 2기도 5·18 행불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조사위는 무고한 시민들의 억울한 죽음을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 역사에 기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정부도 나머지 행불자들을 모두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전두환 정권은 1985년 ‘80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5·18 관련 역사적 사실을 조직적으로 왜곡했다. 학살자들의 수괴는 죽었지만 5·18 진상 규명 작업은 중단 없이 진행돼야 한다. 42년이 넘도록 드러나지 않은 발포자와 발포 명령 체계 등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피해자와 유족들의 한을 풀고, 학살자를 단죄하며, 민주주의를 압살한 국가폭력이 이 땅에서 반복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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