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충돌·아빠 찬스’ 이주호, 교육 수장 자격 있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8일 열렸다. 이 후보자는 대학에 대한 ‘규제 없는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 등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관 내정 이후 불거진 이해충돌·아빠 찬스 논란 등에 대해선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와 인공지능(AI) 활용 에듀테크 업계 간 유착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2020년 교육격차 해소를 표방하는 비영리법인 아시아교육협회를 설립했는데, 에듀테크 업계 관련자가 공동출연자로 설립에 참여했다. 이와 별개로 유명 에듀테크 업체는 협회에 억대 기부금을 냈고, 협회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해당 회사의 학습기기를 사용했다. 이 후보자가 올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로 나서자 업계 관계자들이 고액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절차를 통과할 경우 그가 내건 ‘디지털 맞춤형 교육’은 AI 사교육 업계의 이익으로 직결될 우려가 크다.

‘아빠 찬스’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이 후보자가 17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던 2006년 그의 딸은 금융사 미래에셋 장학생으로 선발돼 4년간 2억원 상당의 학비·생활비를 지원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이 된 후인 2012년 미래에셋은 교육기부 장관상을 받게 된다. 이해충돌 논란으로 낙마한 김인철 전 후보자의 ‘온가족 장학금 사건’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성인 자녀가 동의하지 않았다”며 자료 제출조차 거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인 그가 딸과 함께 논문을 써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후보자는 실패가 명백한 과거 정책에 대해서만 고개를 숙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다양화 정책과 관련해 “서열화 부작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해선 “지필고사 형태이고, 일시에 치르기 때문에 경쟁 압력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곧 6개월이 되는데도, 교육부 장관은 사실상의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김인철 전 후보자는 청문회 전 사퇴했고, 박순애 전 장관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러났다. 교육수장 자리를 계속해서 비워두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관으로서 이미 한 차례 실패한 데다 도덕성 의혹까지 받는 이 후보자를 재기용한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그가 다시 교육 수장이 될 경우 ‘MB표 경쟁교육’ 부활뿐 아니라 사교육 업체들의 입김까지 세질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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