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ECD 5위인데 정부 노동시간 줄이기 역행하나

한국인의 긴 노동시간이 좀처럼 세계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시간은 연간 1915시간으로 38개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길었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는 독일로 1349시간이었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중남미의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였다. 한국이 29번째로 가입했던 1990년대만 해도 OECD는 ‘선진국 클럽’으로 불렸다. 회원국이 불어난 지금은 개발도상국이 대거 가입한 탓에 한국은 장시간 노동 5위가 됐다. 선진국만 놓고 보면 한국은 노동시간이 압도적으로 긴 국가다. 한국의 노동자는 독일에 비해 주당 10시간을 더 일한다. 주요 7개국(G7)이나 유럽연합(EU) 평균 노동시간에 비해서도 7시간 가까이 더 많다.

한국은 2011년 2136시간으로 멕시코를 뛰어넘어 노동시간 1위 국가였다. 10년 만에 노동시간이 10% 넘게 줄었다. 선진국 중 같은 기간 노동시간 감소폭이 컸던 일본(7.0%)과 독일(5.4%)에 앞선다. 2004년 주 5일 근무제에 이어 2018년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것이 주요인이다. 선진국에 비해 노동시간이 워낙 길어 그것을 줄일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내놓고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연장근로시간을 현재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고, 30인 미만 사업장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 허용 기간을 연장하는 것 등이다. 주 52시간제의 뿌리를 흔드는 방안이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 120시간 바짝 일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을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1960년대 초 100달러였던 한국의 1인당 국내총소득(GNI)은 지난해 3만5000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초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을 OECD 선두권으로 끌어올려 ‘산재 공화국’ 오명을 쓰게 했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밤샘 작업에 매달렸던 시대는 저물었다. 한국은 지금 반도체와 2차전지 등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런 추세에 더욱 박차를 가해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기술과 자본 중심의 고부가가치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하는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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