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어스테핑 중단, 언론 향해 ‘불통의 가림막’ 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부터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MBC 출입기자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직후 언쟁을 벌인 것을 중단 배경으로 지목한 것이다. 앞서 20일 대통령실이 청사 1층 현관과 로비 사이에 나무 가림막을 설치하면서 도어스테핑이 중단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는데, 현실화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도어스테핑은 그 약속을 상징하는 창구이자 장치다. 그런 윤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를 빌미 삼아 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전체 언론을 향해 ‘불통의 가림막’을 치는 일이다. 대국민 약속을 깨는 명분 없는 처사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가 도어스테핑 후 돌아서는 윤 대통령 뒤로 질문을 던진 것을 ‘불미스러운 사태’로 지목하며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MBC 전용기 탑승 불허’를 두고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 때문”이라고 하자, MBC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었느냐”고 되물었는데,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많은 기자들이 대통령 발언을 ‘받아쓰기’ 하려고 매일 아침 그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라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의무가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등 불편한 질문이 이어지고 설화가 끊이지 않자, MBC와의 갈등을 빌미로 중단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 등록 취소, 기자실 출입정지, 다른 기자로 교체 요구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군사정권 이후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하거나, 교체를 요구한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러한 조치를 요구한다면 언론자유 훼손이며, 역사의 후퇴로 기록될 것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국내외 매체들이 보도한 ‘비속어 논란’을 가짜뉴스로 낙인찍고, 대언론 소통창구를 닫은 데 이어, 기자 교체까지 검토하는 정부 불통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은 일까지 비판하며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도 한심하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 단면을 드러낸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면서 ‘열린 소통’을 내세웠다. 그러나 도어스테핑 중단과 가림막 사태를 목도하며, 윤 대통령에게 진정한 소통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불안을 감수하고, 거액의 예산을 써가며 이전을 강행한 까닭은 무엇이었나. 대통령이 ‘어디서’ 일하느냐는 부차적 문제다. 근본적 문제는 대통령이 ‘어떻게’ 일하느냐다. 윤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된 국정운영 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면 주권자로부터의 고립만 자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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