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 여야가 ‘감세 경쟁’ 벌일 때인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벌이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벌이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저소득층의 소득세와 중소기업의 법인세를 줄이는 내용의 ‘국민감세안’을 발표했다. 현재 1200만원 이하인 종합소득세 최저세율 6% 적용구간을 1500만원 이하로 확대하고, 기업의 영업이익이 2억원 초과 5억원 이하일 때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월세 세액공제율을 10%에서 15%로 높이는 내용도 담았다. 이재명 대표는 “다수 국민들을 위한 감세를 하면 서민예산 증액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제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증세를 해도 부족할 판에 감세를 꺼낸 것은 부적절하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제위기는 이제 초입 단계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예측했다. 지난 8월 내놨던 전망치(2.1%)를 3개월 만에 0.4%포인트 낮출 정도로 상황이 엄혹하다. 조만간 미국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예정이다. 환율을 방어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도 뒤따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1년여 동안 2.75%포인트 급등했고, 이에 연동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까지 치솟은 상태다.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경기는 위축되고 ‘영끌’ 대출로 주택을 마련한 젊은층과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도 더 커진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서민 삶을 보듬으려면 재정지출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는 민주당의 기존 정책기조와도 어긋난다. 내년에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텐데, 세수 부족으로 국채를 대량 발행하게 되면 채권 가격 폭락 등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민주당 감세안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국민의 40%는 소득이 면세점 이하여서 지금도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월세 세액공제도 세금을 납부할 만큼 여유가 있는 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다. 감세안은 국민개세주의 원칙에도 배치된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록 소액일지라도 소득이 있는 국민은 누구나 세금을 내고, 국가는 이를 걷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민주당 감세안은 정부와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맞불’ 성격으로 급조된 측면이 있다. 정부·여당은 법인세율 인하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법인세 감면이 기업 투자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감세 정책이 여권의 ‘부자감세’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하나, 감세 자체가 현 상황과 맞지 않다. 지금은 여야가 감세로 경쟁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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