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문재인케어’ 폐기 선언, 건보 무력화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의 건강보험 강화 정책 ‘문재인케어’의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대선 당시 공공의료가 아닌 시장의료 확대 공약을 내세웠던 윤 대통령이 건보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보장성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잉의료 항목을 조정해 절감한 재정을 “중증 질환처럼 고비용이 들어가지만 필수적인 의료를 확실히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건보 제도의 요체”라고도 했다. 고령화로 병원 이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임 정부가 선심을 남발해 건강보험 곳간이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MRI 등에서 1606억원 규모의 급여기준 위반이 의심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외국인 건보 재정수지가 흑자임에도, 단기체류 외국인 피부양자에게 혜택을 줘선 안 된다는 차별적 주장까지 여권에서 나온다.

재정은 포퓰리즘 거품 없이 알뜰하게 쓰는 게 옳다. 의료 쇼핑 등 허점이 있다면 손질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정부가 특정 사례들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보편적 사회보험으로 기능해온 건강보험을 흔들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점이다. 문재인케어는 종합병원 2·3인실 건보 적용, 임플란트 본인비용 경감, 저소득층 의료지원 확대 등에서 성과를 냈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0년 65.3%까지 높이는 데 그쳤다.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0%)을 밑돈다.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로 건보 재정에 지원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이달 말 일몰되는데 윤석열 정부는 보건의료계가 요구하는 ‘항구적 법제화’에 부정적이다.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건강보험이 시민을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임을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계속 축소될 경우 미국처럼 치료비가 비싼 민영의료보험과 의료영리화 체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문재인케어 폐기 선언이 수십년간 우리 사회가 합의해 운영해온 건강보험 체제의 무력화로 이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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