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18 북한 개입설, 가능성 있다”는 김광동의 역사인식

지난 12일 취임한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2020년 발표한 논문에서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가능성이 있는 의혹”으로 표현하고,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로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이라 쓴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군 개입설은 6차례에 걸친 국가·정부 차원 조사에서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도 국방부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사실로 인정된 바 있다.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피해자들을 모욕한 장본인이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 규명을 위해 설립된 기구를 이끌게 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김 위원장의 문제 발언을 나열하면 끝도 없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했으며, 독재자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책을 썼다. 2009년 한 세미나에서 “과거사위원회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위헌의 정치”라고 했으며, 2017년 기고문에선 “ ‘진실과 화해’라는 명목으로 스무 개 가까운 과거사 진상조사위가 작동되었고, 정치권력 뜻에 따라 과거사를 사법심판도 없이 재단했다. 결과는 참혹한 종말이었다”고 썼다. 과거사 규명 노력이 참혹한 종말로 귀결됐다고 주장하고, 과거사위를 위헌으로 규정했던 사람이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맡았으니,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논란이 한창이던 2013년 국정원 지지 글을 기고했으며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 주장해왔다. 이런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진실화해위 위원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외려 역사적 진실을 제멋대로 왜곡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할 우려가 크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5·18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의 정신은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한 4·3 추념식에서는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 말들을 기억한다면 김 위원장을 위원장직에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 김 위원장이 자리를 지킨다면 진실화해위는 형해화하고, 진상규명이 필요한 국가폭력 사건들은 묻힐 것이며, 이는 윤석열 정부가 야기한 역사 후퇴 사례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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