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 당심’ 대표 선출 여당, 민심과 계속 멀어질 건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마스크 안 쓴 사람) 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모두발언에 앞서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마스크 안 쓴 사람) 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모두발언에 앞서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19일 내년 3월 초 전당대회 때 차기 당 대표를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기로 했다. 현행 ‘7 대 3’으로 규정된 당심(당원투표 70%)과 민심(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규정을 변경해 당원투표 비율을 100%로 끌어올린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 대표는 당원이 뽑고, 당원이 당의 의사결정 중심에 서야 한다(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고 하지만, 그동안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비교하면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 민심에서 앞서는 후보를 배제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뜻에 맞는 후보를 대표로 뽑으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받기 딱 좋다.

정 위원장은 “비당원들에게 의존해 우리 당 대표가 되려고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당내 각종 경선 여론조사에 전략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만큼 100% 당원 투표가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30% 대상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이고, 다른 정당 지지자들은 배제하는 만큼 역선택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까지 배제한,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당원 동원선거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 그해 총선에서 궤멸위기에 몰리자, 민심을 반영한다며 국민 여론조사를 도입했었다. 이제 와서 룰을 바꾸는 것은 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비대위는 또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1·2위 득표자가 다시 맞붙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결선투표제는 후보 단일화에 따른 사표 방지 등을 위해 지난 대선 때도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여당이 도입하려는 이유는 난립한 친윤계 주자를 정리하자는 뜻과 다름없다. 결선투표에서 친윤과 비윤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비윤 후보를 걸러내겠다는 뜻이다. 비대위는 20일 상임전국위원회, 23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관련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석 달 앞두고 최소한의 논의 절차도 무시한 채 무원칙인 룰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에 배치된다. 후보들 간 유불리에 따른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당대회는 당내 잔치는커녕 분란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자충수가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당 대표 선출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대통령 신임을 받는다 해도 이런 식으로 뽑힌 대표가 당 안팎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오롯이 정당성을 평가받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윤심 경쟁에 매몰될수록 국민의힘과 민심 간 거리는 더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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