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해 12만명 인구 급감, ‘수도권 쏠림’ 탈피해야 해결된다

인구 자연감소 추이. 통계청 사진 크게보기

인구 자연감소 추이. 통계청

지난해 국내 인구가 12만명 넘게 줄어들었다. 저출생에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자연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경기 양평군의 인구가 1년 만에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인구 감소는 2020년 이후 3년 연속인 데다 감소 규모가 매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도 1년 전보다 0.03명 줄어든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혼인건수도 줄고, 출산연령마저 높아져 이런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24일 내놓은 ‘2022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서 확인된 한국의 인구 현실이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이 역동성을 잃고 쪼그라드는 수축사회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자마자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든 셈이다. 많은 나라들이 경제가 성숙하면서 출생률 하락을 겪지만, 한국처럼 1명대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저출생이 심각하다는 일본도 2005년 1.26명에서 바닥을 치고 반등해 1.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청년들이 왜 출산과 결혼을 꺼리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주거 비용과 자녀 교육 부담이 커진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중요한 요인이 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지방에서 질 좋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기회를 찾아 수도권에 몰리고 있지만 비싼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난해 0.59명에 그친 서울의 충격적인 합계출산율이 이런 실태를 대변한다.

인구 감소는 경제와 복지에 악영향을 끼친다. 경제활동에 참가할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총수요도 감소한다. 반면 고령화로 인해 부양 부담은 급증한다. 국방과 치안 등 사회유지 필수인력도 충원하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임시방편 정책을 펴온 탓이다. 이제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출산 장려에서 여성과 남성의 개인적 욕구와 권리 증진, 성평등에 맞춰야 한다. 더불어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역대 정부는 말로는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하면서도 공장 신증설 규제 등을 풀며 기업들의 수도권 집중을 방치·조장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기회 격차’만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최대 모순이 돼버린 수도권과 지방의 기회 불균형이 유지되는 한 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다. 수도권 쏠림 해소가 인구대책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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