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 대표 인선 또 제동 건 여권, 노골적 ‘낙하산’ 압박 멈춰야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말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됐으나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말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됐으나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KT 대표이사 선정과 관련한 여권의 개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KT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 4인이 모두 내부 인사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연임이 결정된 구현모 대표를 집요하게 흔들어 포기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대표이사를 직접 꽂을 기세다. 권력이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이처럼 대놓고 개입하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이사회가 지난달 28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등 내부 인사 4명을 대표 후보 심사대상자로 선정한 것을 겨냥하고 있다. 의원들은 “내부든 외부든 KT를 혁신할 인재가 국민이 바라는 일이었는데 (이번에 심사대상자로 선정된) 4명이 모두 문제 많은 사람들”이라며 차기 대표 인선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마련된 심사 기준을 적용한 결과 외부 인사가 전부 탈락하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KT 이사회는 정해진 선정 기준을 지켰으며, 4명의 내부 인사는 전문성 등에서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여당에서 “민주노총의 MBC 장악 시도나 다를 것 없다”며 후보 선정 절차를 중단하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여권의 이 같은 행태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 있던 윤진식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친여 후보들이 탈락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관료 시절 정보통신 분야를 맡아본 경험이 없다. KT 정관을 보면 대표이사 후보 자격과 관련해 ‘기업 경영 경험’을 주된 평가요인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검찰과 경찰은 KT 구현모 사장과 그 일당들에 대한 수사에 조속히 착수해야 할 것”이라며 ‘청부 수사’까지 주문할 기세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윤핵관’들이 나경원 전 의원을 집요하게 압박해 사퇴시킨 것과 유사한 추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관치’를 넘어 ‘농단’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권이 인사에 본격 개입하면서 KT 주가(3일 현재)는 올해 고점 대비 16%나 급락했다. 투자자들의 토론방에서는 “(정권의) 경영권 침탈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고 한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나 외치며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주주가치 훼손에 앞장서는 이 상황을 해외 투자자들은 어떻게 보겠는가. 여권은 KT 인사 개입을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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