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급한 한·일 ‘준군사동맹’ 추진 우려한다

오는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한·일 간의 안보협력 수준을 한껏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공동성명에 한·일 각국이 공격받으면 서로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길 원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3개국 간 정상급 핫라인 개설과 연합훈련·사이버안보·미사일방어·경제안보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 대해 백악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 안보 과제에 대응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증진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상적인 수사로 포장돼 있지만, 한·미·일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까지 염두에 둔 지정학적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됐다. 이를 위해 한·일 간 군사협력을 ‘준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3국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북·중·러와 한·미·일이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결속에 맞서 북·중·러 밀착이 강화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에 방점을 두고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다차원의 협력을 해온 한국 외교가 왜소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신냉전 구도 최전선에 서 있는 남북 간의 긴장도 격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여러 면에서 바람직스럽지 않은 전개다.

한·일 안보협력을 준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외교안보의 중대 전환이 제대로 된 여론 수렴 없이 추진되는 것도 문제다. 양국 간 안보협력의 필수 전제인 과거사 문제에 일본은 무성의로 일관해 왔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일방적 양보를 거듭하며 관계 복원을 서둘렀다. 성급한 대일 외교에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인데도 한·일 군사협력에 가속페달을 밟으려 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북한이 핵무력을 증강해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한·미도 강 대 강 대치만 일관해 온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은 미·일의 대중국 견제 전선에 발을 점점 깊이 들여놓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를 더 키우고 중·러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 외에 어떤 가시적 성과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이것이 한국이 할 수 있는 외교의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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