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근 100년 만에 열렸다더니 우리한테는 안 열린 셈이네요.”
지난 4일 오후 5시 숭례문 앞. 가족을 데리고 외출나온 40대 회사원은 연신 볼멘 소리를 했다. 전날 서울 중구청이 파수(把守)의식까지 재현하며 개방식을 거창하게 연 숭례문 중앙통로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중구청이 관람시간을 평일은 오전 10시~오후 5시, 주말·공휴일은 오후 4시까지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애들한테 숭례문을 보여주려고 일찍 퇴근까지 했는데 벌써 문을 닫으면 저희같은 회사원들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중구청의 관람시간 설정은 공무원 퇴근시간에 맞춘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서 공무원 근무시간에 맞추어 개방하게 됐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서울역에 노숙자도 많아 당분간 개장시간을 연장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심야에 숭례문 개방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는 데다 노숙자들이 문화재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말 그대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100년 만에 돌아온 국보 1호를 보존하고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문화소비자들이 관람하지 못하는 시간대에만 숭례문을 개방하는 처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사정은 좀 다르지만 조선시대 때도 숭례문은 새벽 4시쯤 열고 밤 10시에 닫았다. 새벽 성문 개방은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공무원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숭례문 출입을 금지하지 않길 바란다. “관람시간대를 다소 늦춰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문화재청 관계자의 말을 중구청 관계자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김창영 전국부기자 bod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