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더 강화해야지요”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제 더 이상 코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발을 뺀 그곳에는 지금도 ‘코드?’ ‘코드라고?’ 하는 반대편 인사들의 비아냥 소리만 무성하다.

집권측은 작년까지만 해도 참여정부의 성격을 부각시키고 싶을 때엔 코드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이것이 새 정부의 코드다’ ‘우리와는 코드가 영 맞지 않는다’ 등등. 그런데 정부 인사나 정책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때마다 야당과 보수언론이 코드 인사 때문이라며 공격하고, 실제 이같은 공격이 점차 먹혀드는 기색이 뚜렷해지자 슬그머니 자신들의 언어 목록에서 코드라는 말을 빼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정말 코드가 문제일까?

지난달 말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뜬금없이 경질됐다. 서해 교신 보고누락 사태의 여파로 국방장관이 사표를 냈고, 후임으로 누가 오느냐에만 관심이 쏠려있을 시점이어서 그 충격은 더 컸다. 검찰 인사문제를 놓고 검찰총수와 마찰을 일으킬 때, 혹은 대선자금 수사로 정치권 실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 때 그에 대한 경질설이 없지 않았으나 그가 그렇게 단칼에 날아갈 것으로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 요즘 인사 거꾸로 가는 셈 -

사실 강금실 전 장관은 참여정부 코드 인사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은 참여정부가 그를 통해 검찰개혁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그는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중도하차했다. 아마도 이 정부가 검찰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이를 피할 목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사람이 바뀌면 정책기조도 바뀌듯이 이제는 연공서열식 검찰구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관료주의의 폐해는 그대로 남겨두기로 이 정부는 작심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할 듯싶다.

노무현 정부는 총선 압승이라는 정치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취약한 정치지형에 직면해 있다. 반대파가 사방을 에워싸고 있고, 국민들은 속속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다. 모든 게 헝클어지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펼치기도 힘든 형국이다. 내부에선 일부 고위급들이 나서 개혁 피로증을 거론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개혁의 왜곡 내지 후퇴는 수없이 나타날지언정 개혁 과잉의 기미는 없다.

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과거 청산문제를 보자. 미 군정에서 노태우 정권까지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에서 수많은 과거사 문제가 터졌지만 아직까지 이를 파헤칠 정치적 조건은 형성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은 어쩌면 우리 역사상 최초의 문제해결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은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과거사 청산문제를 정치적 싸움거리로 전락시켰다. 지나친 정쟁화의 습성, 미숙한 정치스타일이라는 이 정권의 기본적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시킨 것이다.

- 진정한 ‘코드’로 승부해야 -

노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정부 인사를 할 때 이해관계를 달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하게 되면 어떤 정책의 입안과정에서부터 도저히 손발이 맞지 않게 되고 정부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코드 정치, 코드 인사의 의미를 정확히 지적한 말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의 말과는 계속 거꾸로 가고 있다. 집요한 공격을 받다 보니 방향감각을 상실한 탓일까. 이쯤에서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차분히 점검해보자. 정당정치에서 철학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정책을 펴나가는 것을 부추기지는 못할망정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학교나 지역이 같다고 끼리끼리 모여 패거리나 파당을 짓는 것을 코드와 혼동해서도 안된다. 참여정부는 어설픈 타협, 억지 춘향이식 짜맞추기를 그만두고 진정한 코드로 정치적 승부를 걸어야 한다.

〈박노승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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