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한 북핵 돌파구, 중국과 협력외교

이수훈 | 경남대교수·정치사회학

새해 남북관계의 진전이 무척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박근혜 정부 출범 4년차임에도 남북관계가 좀처럼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 장애물은 북핵문제라 할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에 일정한 진전이 없이 남북관계를 진척시키기가 어렵다. 국내정치적 부담과 대외적인 고려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를 머리에 이고서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북핵문제 해결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일뿐더러 통일 준비에 있어서 반드시 치워야 할 걸림돌이다.

그런 북핵문제가 현재 방치되어 있다. 어느 관련국도 대화와 협상에 대해 진지한 관심이 없다. 북핵문제 해결의 주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북한은 대화와 협상이 아니라 일종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한 나머지 운신의 폭이 좁다.

[시론] 방치한 북핵 돌파구, 중국과 협력외교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지한 의사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하면서 ‘기다린다’는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간은 자기들 편이라 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두 손 들고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북한은 그럭저럭 버티면서 시간을 끌면 결국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양측은 대화 테이블로의 복귀를 치킨게임에서 패배한 걸로 간주한다. 이 치킨게임의 결과가 북핵 방치 상태다. 방치는 영변의 핵시설들이 불철주야로 가동되고 있다는 말과 같아서 엄중한 상태를 뜻한다. 2010년 가을에 미국의 시그 해커 박사 일행에게 영변 농축우라늄 시설을 공개한 이후 북한 당국은 외부 전문가나 국제기구의 북핵 현장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방치 상태가 위험한 것은 북핵프로그램이 어떤 수준에서 어떤 정도로 진행되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관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의 백기 투항, 즉 핵포기는 현실성이 낮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가한 대북 제재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중국이 적극적 제재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북한의 뒷문이 열려있는 한 제재의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국’ 전략도 성공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의 반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도 성공 확률이 낮고, 북한 핵전략도 성공하기 어렵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핵문제를 북·미관계 틀 속에서 다루고자 하는 도식적 사고로부터 모두가 탈피해야 한다. 북·미관계 중심적 사고는 동북아의 변화된 환경을 담아내지 못해 치명적 결함이 있다.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 미국이 북한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조치들 외에 유력한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중국역할론’을 다른 각도에서 검토하고 중국의 협력을 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그간 중국역할론을 미국이 자국 문제를 중국에 떠넘긴다고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다. 민간 전문가들과도 대화를 해보면 같은 태도가 역력하다. 하지만 중국에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이후 동북아에서 펼칠 새로운 핵게임이 미칠 파장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중국에 일종의 전략적 참사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렇다면 중국으로서는 북핵문제를 지금 이 시점에 해결해야 할 유인이 충분하다.

6자회담의 장기 교착과 북핵문제 방치의 유일한 돌파구는 대화와 협상으로의 복귀다. 어딘가에서 강력한 중재외교가 발휘되어야 한다. 그 당사자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역할을 하면 6자회담의 재개로 이어질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통해 적어도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과 북핵문제의 외교적 관리라는 당면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진심 어린 협력을 구하는 데 동북아 외교의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공동보조나 한·미·일 3국공조 형식의 대중국 압박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한국의 독자적 행동으로서 중국과의 다면적인 협력외교를 펼쳐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을 설득하여 조율의 틀을 만들어나가는 노력도 동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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