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정은경의 업무추진비

안호기 논설위원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올해 6월 정은경 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정 청장은 지난달 업무추진비로 32건, 399만5400원을 썼다. 사용처는 대부분 질병청 주변 충북 청주시 오송읍 인근의 식당이다.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식을 모두 포장한 것으로 내역서의 비고란에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올해 6월 정은경 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정 청장은 지난달 업무추진비로 32건, 399만5400원을 썼다. 사용처는 대부분 질병청 주변 충북 청주시 오송읍 인근의 식당이다.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식을 모두 포장한 것으로 내역서의 비고란에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업무추진비는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이다. 기관이나 조직을 운영하고,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만 용도가 광범위해 업무 관련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1990년대 초반까지 판공비로 불리며 현금으로 쓸 수 있었던 업무추진비는 그 규모와 사용처가 대외비였다.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알 수 없으니 기관장이 자신의 쌈짓돈처럼 써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후 제도를 정비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많이 투명해졌다. 그럼에도 업무추진비는 여전히 미담보다는 구설에 자주 오르내린다. 과거 한 공공기관장 비서를 지낸 인사는 “회사 인근 업소에서 ‘카드깡’을 하는 게 주요 임무였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카드깡은 신용카드로 대금을 치른 것처럼 꾸며 결제한 뒤 결제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불법행위이다. 기관장의 비자금을 마련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은경 청장의 6월 업무추진비 내역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용내역을 보면 한 달간 32건 399만5400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음식점과 카페, 제과점에서 모두 포장해간 것으로 돼 있다. 포장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도넛 5000원어치를 결제하기도 했는데 대상 인원은 5명이었다. 한 누리꾼은 “국가는 질병청에 1인 2도넛을 보장하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비교하면 그나마 업무추진비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긴급상황센터와 관사만 오갔던 지난해 3월 질병관리본부장 시절 업무추진비는 달랑 1건 5만8000원뿐이었다.

정 청장의 업무추진비가 미담으로 회자되는 것은 공직자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응당 써야 할 용도가 아닌 엉뚱한 데 업무추진비가 쓰일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업무추진비는 세금이다. 시민이 ‘공직자님, 우리 위해서 열심히 일해주세요’라고 주문하면서 맡긴 돈이다. 너무 많아도 문제지만 적게 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행정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한다. 국회의원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감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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