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인공혈액

도재기 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헌혈이 줄어들면서 혈액 부족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29일 인공혈액 연구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사진은 대한적십자사 관계자가 수혈봉투를 들어보이며 시민들의 헌혈 참여를 요청하는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헌혈이 줄어들면서 혈액 부족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29일 인공혈액 연구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사진은 대한적십자사 관계자가 수혈봉투를 들어보이며 시민들의 헌혈 참여를 요청하는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혈액만큼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것도 드물다. 저 먼 고대에 피는 인간의 오묘한 정신 작용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붉은색의 신비한 액체는 초월적·영적 대상이었다. 중요 의식에서 빠질 수 없는 매개체였다. 피는 차별과 배척의 혈통주의·인종차별·혈연문화도 낳았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기도 했다. 신의 영역을 점차 과학이 차지하는 현대에도 피의 지위는 굳건하다. 생명의 상징이다.

인간의 피는 뼛속의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우리 몸에는 약 4~6ℓ의 피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지구 두 바퀴 반에 이르는 약 10만㎞ 길이의 혈관을 돌아다닌다. 핏속에는 산소와 결합하는 헤모글로빈을 지녀 산소 운반을 맡은 적혈구,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의 공격을 방어하는 백혈구가 존재한다. 상처가 났을 때 응고 작용으로 피를 멎게 하는 혈소판, 각종 영양소와 항체·호르몬 등을 전달하는 혈장도 피의 주요 구성물이다. 피의 순환이 멈춘다는 것은 곧 죽음이다.

정부가 29일 ‘인공혈액 연구·개발(R&D) 및 생산역량 확보방안’을 발표했다. “인공혈액 제조와 생산 기술 확보로 2030년대 중반에는 수혈이 가능한 인공혈액 실용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헌혈에 의존하는 현 공급체계로는 수급 불균형의 심화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저출생·고령화 등에 따른 헌혈의 감소 추세 속에 코로나19 사태는 공급 부족을 더 부채질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적정 혈액보유량은 1일 평균 5일분 이상이지만 코로나19 이후엔 보유량이 3일 미만까지 떨어지는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 인공혈액 개발은 혈액 공급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은 물론 첨단 바이오 분야의 천문학적 글로벌 시장 확보의 첨병이다.

인공혈액의 개발은 의료계는 물론 인류의 오랜 숙원이다. 지금의 혈액이 가진 한계를 넘어 장기간의 보관, 혈액형에 상관없는 수혈, 감염 예방 등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심장이나 신장·혈관·식도·각막·항문 등의 인공장기와 달리 인공혈액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에겐 여전히 너와 나, 서로의 피가 필요한 것이다. 그 한 방울의 피는 곧 생명이지 않은가. 헌혈이 숭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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