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야누스의 빚투

안호기 논설위원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앞에서 시민들이 전세자금 대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앞에서 시민들이 전세자금 대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30대 청년층 빚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6월 말 기준 청년층 가계부채는 1년 새 12.8% 늘었다. 다른 연령층 증가율 7.8%를 크게 웃돈다. 청년층의 2분기 전·월세 대출이 급증한 영향이 큰데, 눈여겨볼 대목은 신용대출 증가율도 20.1%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청년층이 신용대출 일부를 주식투자 등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 측의 분석이다.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신규 계좌 중 20·30대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청년들이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대거 나서고 있는 것이다.

빚투는 경제 용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와 같은 말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채 없이 살기는 불가능하다. 빚을 활용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산=자본+부채’ 항등식에서 보듯 부채는 엄연히 자산의 일부이다. 이자를 감당하고도 남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당연히 빚을 내는 게 자본주의식 투자법이다. 주택을 대출 없이 사는 가계는 거의 없다. 큰 빚을 내 서울에 집을 샀더니 성공했다는 빚투 사례는 허다하다. 더 큰 부자가 되길 원한다면 더 많은 빚을 빌려야 하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도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렛대에는 감당할 만큼의 부채를 올려야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 급증세가 지속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인 가계 레버리지 비율이 104.9%까지 치솟았다. 주요 30개국 평균 63.2%를 크게 뛰어넘어 5위 수준이다.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금융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부채 급증과 집값 상승세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먹을 것, 입을 것마저 줄여야 하는 저소득층과 청년층 대출자가 속출하게 된다. 한국의 20대는 지난해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60대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미국도 자산매입 축소와 금리 인상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대기업 헝다는 과도한 부채경영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서 넘치는 유동성으로 흥행했던 빚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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