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열사’가 된 미얀마 민주화운동가들

손제민 논설위원
표 제야 또 미얀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전 의원이 2015년 8월19일 수도 네피도 의회에 도착하고 있다. 표 제야 또 전 의원은 힙합 가수 출신 정치인으로 2012년 아웅산 수치와 함께 NLD 소속으로 의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3일 표 제야 또를 비롯해 4명의 반체제 인사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미얀마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8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표 제야 또 미얀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전 의원이 2015년 8월19일 수도 네피도 의회에 도착하고 있다. 표 제야 또 전 의원은 힙합 가수 출신 정치인으로 2012년 아웅산 수치와 함께 NLD 소속으로 의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3일 표 제야 또를 비롯해 4명의 반체제 인사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미얀마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8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반체제 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사형 집행이 이뤄진 것은 대규모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8년 이후 처음이다. 미얀마 시민들이 오랫동안 싸워 일궈낸 민주주의가 지난해 군부 쿠데타로 뒤집힌 데 이어 1년여 만에 민주화운동가들이 희생되다니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3일 표 제야 또 미얀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전 의원(41)과 시민활동가 초 민 유(53) 등 4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이 사실은 미얀마 관영매체를 통해 25일 알려졌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각국 정부가 규탄성명을 내놨다. 국제앰네스티는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후) 지난 1년 이상 적법절차 없는 살해, 고문,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며 “3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가 사형을 재개한 것은 세계적 흐름뿐 아니라 국제 인권법과 기준에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도 26일 미국·영국·일본·호주·캐나다·뉴질랜드·노르웨이·유럽연합(EU)의 외교장관 명의 공동 규탄성명에 동참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민주화운동가들이 체포돼 죽음을 맞기까지 9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점이다. 비공개 군사법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했고, 항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표 제야 또와 초 민 유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군부에 대한 테러행위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1월 사형이 선고되고 6월 항소가 기각됐다. 힙합 가수였던 표 제야 또는 노래를 통해 과거 군부 독재정권에 저항했고, 2012년 아웅산 수지와 함께 NLD 소속 국회의원이 됐다. 초 민 유는 1988년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88세대 학생그룹’ 지도자였다. 이들과 함께 처형된 두 사람은 군부 정보원으로 의심받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3월 체포됐다.

표 제야 또의 어머니는 25일 양곤 인세인 교도소 앞에서 영국 BBC방송 인터뷰를 통해 “지난 22일(사형 하루 전) 동영상 통화를 할 때만 해도 아들이 건강했고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안경과 사전을 보내달라 해서 오늘 들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 이 세상에 없다. 미얀마 군부는 또 한 명의 ‘열사’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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