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피크 차이나

최민영 논설위원
춘제맞이가 한창인 중국 베이징 톈안먼 상점가에서 지난 17일 한 남성이 아이를 태운 손수레를 끌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춘제맞이가 한창인 중국 베이징 톈안먼 상점가에서 지난 17일 한 남성이 아이를 태운 손수레를 끌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달도 차면 기운다. 번성하고 정점에 오르면 반드시 쇠락한다는 뜻의 속담이다. 일본의 정점은 2010년대 아베 신조 정부 시기였다고 하와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고문 브래드 글로서만은 2019년 저서 <피크 재팬>에서 분석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국가적 위기에도 보수 정치는 바뀌지 않았고, 시민은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지 못하며 체념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역시 정점을 찍었을까. 미국의 석학 조지프 나이가 새해 벽두에 ‘피크 차이나’(Peak China)란 칼럼으로 화두를 던졌다. 2030년 이전에 미국을 제치고 최강 경제대국에 등극하려던 중국의 야심이 ‘제로 코로나’ 정책 실패로 위축되고 있다. 그는 “중국은 군사와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미국에 훨씬 뒤처져 있다”며 중국이 14개 접경국과 벌이는 영토분쟁, 높은 수입 에너지 의존도, 위안화의 낮은 영향력, 생산 가능 인구 감소, 핵심기술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한족 중심의 민족주의도 성장 저해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지표들이 심상찮다. 17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집계했다. 목표치의 반토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첫해를 빼면 문화대혁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백지시위에 봉쇄를 풀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하는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소비가 위축됐고, 미·중 갈등으로 수출도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 중국의 핵심역량인 14억 인구는 저출생·고령화로 지난해 구조적 감소로 돌아섰다. 전년보다 85만명 줄었는데, 1961년 대기근 이후 처음이다. 인구 1위 자리는 올해 인도에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어버린다’는 미부선로(未富先老)라는 자조적 표현은 심각해지는 노인 빈곤을 상징한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중국의 고도성장과 경제특수에 기대어왔다. 그 시절이 저물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은 0.15%포인트 떨어진다고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수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피크 코리아’는 아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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